[사설] 李 당선은 통합과 위기 극복에 매진하라는 국민 명령

입력 2025-06-04 01:20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KBS·MBC·SBS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51.7%의 득표율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39.3%)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7.7%)를 크게 앞섰다. 이렇게 큰 격차로 이긴 것은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국민들의 정권 교체 열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계엄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이 응집된 결과다. 아울러 지난 6개월간 표류해온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국내외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적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대선이 끝난 만큼 승리한 쪽은 패배한 쪽을 적극 보듬어야 한다. 패배한 쪽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새 정부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그렇게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일 때 한국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회복됐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진영 넘어선 실용주의로 정상국가 회복 시급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지난 4월 대통령 파면과 조기 선거에 이르기까지 큰 혼란을 겪어 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국정을 떠맡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그 사이 국정은 표류했고 개혁 과제를 비롯해 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 대통령 부재는 외교적으로도 타격이 컸다.

이런 때 들어서는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비정상적인 나라를 수습해 하루빨리 국정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새 정부가 속도감 있으면서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전 정부 인사들의 도움을 마다하지 말아야 하고, 야당의 협조도 적극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실용주의와 국익을 우선하는 국정 철학을 가져야 연착륙하기 용이하다.

국민통합 행보로 ‘모두의 대통령’ 되길

우리 사회는 탄핵 사태를 거치며 이념과 세대, 지역에 따른 분열상이 극심해졌다.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일은 새 정부의 최대 과제다. 새 정부가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장악하면서 근래 가장 강력한 정권이 탄생한 데 대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새 정부는 반대편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적 국정 운영을 해선 안 된다. 그 대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 정부는 또 전 정권이나 반대 진영의 잘못을 들추기보다 미래 과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기 바란다.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더 나아가 야당과 협치하고, 정파를 가리지 않는 탕평 인사나 거국내각 등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에 나서겠다는 당선인의 약속도 빨리 이행하면 좋을 것이다.

경제·외교 복합 위기 극복에 올인해야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 대통령’ ‘외교 대통령’도 절실하다. 새 정부는 내수 경기를 회복시키고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을 도와 경제에 다시 활력이 생기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이 이 당선인에게 표를 준 것은 경제를 살릴 실행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성장동력이 고갈된 만큼 신성장 산업을 통한 경제 대전환을 하겠다는 공약도 조기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과 미·중 대결, 주한미군 감축설, 북·러 밀착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경제 및 외교안보 환경도 녹록지 않다. 대선 후보였을 때와 대통령이 됐을 때의 위상은 엄연히 다른 만큼 후보였을 때의 대외 기조를 꼭 고집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오직 국익만 바라보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외교안보 정책을 펴나가기 바란다. 불필요하게 특정국과 대립하거나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많이 한 말이 “이재명이란 도구를 잘 써서 국민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이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며, 나라를 위해 쓰임새가 큰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앞으로 5년간 이 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