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급한 추경 편성… 당선인이 여야 협치 이끌라

입력 2025-06-04 01:10

마침내 대한민국호를 진두지휘할 새 선장이 뽑혔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치열한 선거전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겠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는 시간적 문제뿐 아니라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추락한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여기에 정답이 하나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신속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병든 닭 신세와 같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5%에서 0.8%로 크게 낮췄다. 성장률 0%대 이하는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악재가 덮쳤을 때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수출이 한계를 보이는 가운데 1900조원대 가계 부채, 가파른 저출생·고령화, 만성적 내수 부진 등 전적으로 내부 요인에 기인한다. 과거보다 경제 체질이 훨씬 허약해졌다. 지난달 생산(전월 대비 -0.8%), 소비(-0.9%), 투자(-0.4%)가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보이며 재차 주저 앉은 건 그 방증이다.

지난달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늑장 처리되는 바람에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 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신경전이 이어진 탓이다. 하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 불확실성이 가신 만큼 여건은 좋아졌다.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연내 두 차례 더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통화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재정 정책 동원이 긴요한 때다.

곳간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지난 2년간 세수 결손액만 약 90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도 재정준칙 기준(3%)을 5년 연속 웃돌았다. 그럼에도 응급 환자에겐 긴급 처방이 우선이다. 이 당선인은 당선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비상경제대응 TF’ 구성을 꼽았다. 대선 후보들은 20조~30조원 상당의 추경 편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큰 줄기가 잡힌 만큼 이 당선인은 여야를 아우른 TF를 통해 추경 시동을 걸어야 한다.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극대화 하기 위해 소상공인, 저소득층, 관세 전쟁 타격을 받는 기업 등에 대한 지원 집중에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 취약 계층의 과도한 채무부담 경감도 이뤄져야 한다. 허탈한 패자를 다독여 경제 살리기 동참에 나서도록 하는 건 당선인의 역할이다. 여야 협치를 통한 2차 추경 집행은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정치 문화 해소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