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되살리고 갈등 치유하는 통합의 정치를”

입력 2025-06-04 02:2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애씨, 문혁주씨, 이미현씨, 문혜연씨, 김현서씨, 박금옥씨, 천정일씨, 황인철씨, 장준하씨, 조은영씨. 시민들은 새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고 장기적인 국가 비전 등을 담은 정책을 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은 3일 새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살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 달라고 주문했다.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새 대통령이 기후 위기와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임무

장기화한 불경기에 비상계엄·탄핵 정국까지 거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 커진 상황이다.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에서 40년째 반찬가게를 하는 박정애(69·여)씨는 “계엄·탄핵·조기대선 정국을 겪으면서 시장에 사람이 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루에 1만원도 못 벌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인도 많다. 시장이 다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사회 초년생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는 대통령을 꿈꾼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문혁주(29)씨는 “나가는 돈이 많은데 차까지 몰기가 부담돼서 차를 사지 못했다”며 “이렇게 하나씩 포기하는 게 현실이지만 내 집만은 마련할 수 있게 집값을 잡아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번 대선이 인생 첫 투표인 대학생 김현서(19)씨는 “취업이 힘들어져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에 매진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청년 일자리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등록금을 350만원 정도 추가로 낸다”며 “학생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갈등·분열 통합하고 통합의 정치로

국민은 새 대통령이 비상계엄·탄핵 정국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만큼 진영의 이익보다 통합의 정치를 추구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스기사 천정일(50)씨는 “상대방 입장에서 배려하고 양보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고 ‘카더라’나 ‘가짜뉴스’에 속는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소통을 잘해서 이념보다 국민을 위한 실익이 있는지를 살펴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준하(21)씨는 “극단적인 정치 진영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청년이 바라는 의제든 노년과 중장년층이 바라는 의제든 사회구성원들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분권형 개헌에 조속히 합의하고 실천에 옮겨야 정치적 극단주의 행태가 기승을 부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하고 소외당하는 사람 없는 사회 만들어야

2022년 이태원 참사, 2024년 제주항공 참사 등 끊이지 않는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안전한 사회에 대한 바람도 컸다.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맡은 이미현(46·여)씨는 “신임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부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월 산업 현장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문혜연(34·여)씨는 “생명과 안전이 법과 제도로 지켜지고, 위반 시 책임이 따르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 대책까지 완전히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손길이 필요한 약자 모두가 소외당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송파구에서 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박금옥(70)씨는 “현장에 가보면 곰팡이 속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에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새 대통령은 어려운 노인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당면한 국가적 과제에 중장기 비전 제시해야

기후 위기와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중장기 국가 비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황인철(51)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기후 위기는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로, 비단 환경 분야만이 아닌 정치·경제·문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 삶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불과 폭염 등 기후재난이 점점 심해지는 만큼 기후 위기 대응을 헌법에 담는 등 국가적 책무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시대 국가가 공공돌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간호사 조은영(28·여)씨는 “돌봄 현장에선 빈부에 따른 의료 격차가 와닿는다. 전체 돌봄 중 가족 돌봄이 90%인 상황에서 보호자 등 가족까지 고립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공의 영역에서 간병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준 신주은 양윤선 이서현 이찬희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