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내수 회복·신성장 동력 확보 시급”

입력 2025-06-04 02:25

경제계는 벼랑 끝에 서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힘써줄 것을 새 정부에 주문했다. 특히 대(對)미국 관세 협상, 내수 회복,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인총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논평을 통해 한국 경제가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침체 등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범정부 차원의 통상외교 역량을 총동원한 실리 중심의 통상협상 전략을 통해 우리 기업의 대외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적극적인 첨단 신산업 육성과 난관에 처한 ‘K제조업’ 재건으로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을 가진 한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경협이 수출기업 150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 정부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평균 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관세 직격탄을 맞은 국내 완성차업계는 새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4.4% 감소한 62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32% 급감한 18억4000만 달러였다.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에 국내 생산 가동률도 떨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조속히 미국과의 통상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관세 정책에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신성장 동력 마련과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과거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만으로는 저성장 고착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제5단체는 지난달 발간한 제언집을 통해 성장을 촉진할 첫 번째 과제로 국가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를 꼽았다. AI 역량 강화 일선에 있는 반도체업계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 법안은 5년마다 반도체산업 지원 관련 기본 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반도체위원회 설치, 세제 및 인프라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쟁점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예외 항목을 도입하느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는 반도체 현장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했으면 한다”며 “정부 주요 부처에 반도체산업을 잘 이해하는 적임자를 기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산업에서는 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이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전쟁 속에서 섣부른 플랫폼 규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새 정부의 데이터 확보와 인재 양성, 플랫폼 투자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깊은 부진에 빠진 건설업계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내수 기업은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새 정부도 내수 살리기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소비심리가 개선될 만한 경기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조민아 허경구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