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충남 태안군보건의료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김충현(50)씨 빈소엔 적막이 흘렀다. 김씨의 친형은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어릴 적 알고 지낸 친구들은 김씨에게 닥친 비극이 아직 믿기지 않는 듯 허망하게 앉아 있다가도 이따금 분개했다. 김씨의 초·중학교 동창인 임동성씨는 “발전소에 사람은 줄고 기계만 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충현이 옆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동료들은 김씨를 “허투루 일한 적이 없는 꼼꼼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전KPS 하청업체인 한국파워오엔엠 비정규직 직원 김씨는 전날인 2일 오후 2시30분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선반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위탁한 업무를 재차 위탁받은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작업하다 발생한 사고였다.
경찰은 김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한국파워오엔엠과 한전KPS,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태안경찰서는 전날 한국파워오엔엠 대표이자 현장소장인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사고 당일 작업 현황과 작업물 개요, 원청 측 작업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다. A씨는 사고 직후 김씨 사망 사고를 직접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 당국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당시 김씨는 범용선반과 CNC선반 등 총 6대의 기계가 있는 1층 기계공작실에서 혼자 범용선반으로 쇠막대를 가공하고 있었다. 범용선반은 CNC선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에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로 눌러 기계를 멈출 수 있는 비상 버튼이 있었지만 홀로 작업하던 김씨의 몸이 기계에 끼이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이 사고는 6년 전 발생한 김용균씨 사망사고와 닮았다. 그는 2018년 12월 11일 화력발전소 9, 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혼자 밤샘 근무를 하던 그는 컨베이어벨트 비상 제동장치를 작동시켜줄 동료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이번에 김충현씨가 다루던 기계에도 긴급 상황에서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는 비상 스위치가 있었지만 작동시킬 동료가 없었다. 6년 만에 참사가 반복된 셈이다.
태안=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