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 통제에 기름 끼얹은 콜로라도 테러범

입력 2025-06-03 21:10 수정 2025-06-04 02:00
이집트 국적의 미국 불법체류자 모하메드 솔리만이 지난 1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볼더의 쇼핑몰 앞에서 화염병을 들고 이스라엘 지지 행사 참가자들을 향해 고함을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발생한 화염병 투척 사건 용의자가 만료된 미국 관광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통제 정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던 통제 정책이 합법 입국 뒤 비자 만료 이후에도 초과 체류(over stay)하는 이들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발생한 끔찍한 공격은 미국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용의자)는 우리나라를 매우 심하게 해친 바이든의 터무니없는 국경 개방 정책을 통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정책에 따라 나가야 한다”며 “테러 행위는 법에 따라 최대한도로 기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비자 취소 확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엑스에 “어제 발생한 공격을 고려하면 비자를 받아 여기 체류 중인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 구성원, 동조자들은 우리가 찾아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도 엑스에서 “그(용의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관광 비자를 받은 뒤 비자 기간을 초과해 불법 체류했다”며 “이런 자멸적인 이민 정책은 전면적으로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국적자 모하메드 솔리만(45)은 전날 볼더의 이스라엘 지지 행사장에서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화염병을 던져 12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2022년 8월 최대 6개월짜리 여행비자(B2)로 미국에 입국한 뒤 9월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솔리만의 비자는 2023년 2월 만료됐지만 그는 노동 허가를 받아 체류를 연장했다. 망명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비자가 지난 3월 만료되면서 그는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솔리만과 같은 비자 만료 체류자가 2023년 기준 40만명에 이른다. 비자 만료 체류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체포되는 경우가 적었다.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입국한 모든 이들의 체류 기간을 일일이 식별하고 추적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입김이 센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솔리만의 딸이 콜로라도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같은 주에 있는 대학 2곳에 합격했다며 추방을 촉구했다. 연방 검찰은 이번 공격을 1년 이상 계획해온 솔리만을 증오 범죄와 살인 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