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4일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에 가상자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비금융업 진출 등 각종 규정 완화도 요구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각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급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권 주요 건의 사항’ 초안을 마련했다. 은행권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새 정부에 전달한다. 이전 정부가 들어설 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에 전달했지만, 이번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출범하는 새 정부에 최종 건의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초안을 통해 가상자산업 진출을 허용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업법상 은행의 업무 범위에 가상자산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가상자산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추진되자 은행권이 새로운 먹거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가상자산거래소보다는 자산 관리·보관과 같은 수탁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국내은행은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조성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신력과 접근성, 소비자 보호 수준이 우수한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초안에는 비금융업 진출 전면 허용도 포함됐다. 현재는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은행들의 비금융업이 사실상 막혀있다. 반면 빅테크 기업은 완화된 규제를 받아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혁신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유통·운수·여행·ICT(정보통신기술) 등 비금융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폭넓게 허용하고, 산업 융복합 흐름에 맞게 부수 업무·자회사 소유 규제 방식을 ‘원칙 중심 규제’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은행 제재 사유를 구체화하고 제재 시효를 만드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의견도 냈다. 자본시장법 등 대부분의 금융업법은 제재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은행법은 금융회사(임직원) 제재 사유를 포괄적으로만 규정해 문제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은행법 등 금융업법도) 행정 기본법과 같이 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기산하는 제척기간을 금융업법에 신설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