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년 4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 ment Bond Index) 편입을 앞두고 있다. 당초 오는 11월 편입이 예정되면서 8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올해 한국 국채 시장으로 유입돼 채권 가격 상승(국채 금리 인하), 외환시장 수급 안정 등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편입 시기가 늦춰지면서 하반기 국채 금리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지난해 10월 한국 국채가 WGBI에 2.22%의 비중으로 편입된다고 발표했다. WGBI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국채가 포함된 지수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로 추종한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편입에 나선 뒤 2020년 국채 시장 역량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22년 9월 관찰대상으로 지정됐다. 이후 2년 만에 편입에 성공했다.
WGBI 편입은 정부의 국채 시장 선진화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투자 비과세, 외국인 등록제 폐지, 외환거래 시간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11월 WGBI 편입이 이뤄지면 약 80조원이 국내 국채 시장으로 유입돼 채권 가격이 올라(금리 인하) 정부와 기업 등의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주식 및 외환시장도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4월 FTSE 러셀은 한국의 편입 시기를 내년 4월로 정정 공지했다. 단 편입 작업이 끝나는 시점(내년 11월)은 바꾸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이 결정이 WGBI 투자 규모의 약 40%를 차지하는 일본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 지연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을 계획하는 정부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4일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9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이며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대부분도 적자 국채(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WGBI 편입 연기로 국채 공급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하반기 2차 추경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WGBI 편입 지연으로 국채 수요가 낮아져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국채 선물을 약 35조원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국채 선물을 1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수급 부담이 확대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국채 금리 반등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