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 가방, 여름용 니트, 어부의 작업복 같은 패션까지…. 올여름 ‘핸드메이드 감성’이 패션업계 대세로 떠올랐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패스트패션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빠른 유행 변화에 피로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반대급부로 자연주의 감성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테일한 요소가 개성을 더욱 잘 드러내 주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도 젊은 층을 공략하는 포인트로 꼽힌다.
3일 LF에 따르면 지난달 LF몰 내 ‘핸드메이드’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코바늘 뜨개질 방식의 ‘크로셰’는 91%, 야자수 섬유인 ‘라피아’도 27% 올랐다. 손으로 뜨개질을 한 듯한 느낌을 내거나 친환경 소재 사용을 앞세운 제품들의 검색량이 전반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브랜드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수공예 느낌을 내는 옷들을 출시하고 있다. 던스트는 최근 이탈리아 카프리섬 해안에서 영감을 받은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패션 캠페인부터 제품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러운 무드를 강조했다. 던스트는 크로셰 소재 제품 수를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렸다. 헤지스는 어부의 작업복 스타일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최근 남성들도 크로셰 아이템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해 니트류 제품을 확대했다.
소재와 디테일에 보다 신경 쓴 고가 핸드메이드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 바네사브루노는 이번 시즌 라피아와 크로셰 소재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전면에 앞세웠다. 한국 단독으로 출시된 ‘크로셰 니트’는 출시 직후 곧바로 리오더에 들어갔다. 라피아 소재의 시그니처 크로스백은 여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포르테포르테도 수작업 디테일을 살려 핸드메이드 크로셰 라인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스파(SPA) 브랜드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1조601억원을 기록했다. 탑텐도 9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SPA 브랜드에선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옷을 구할 수 있는 데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쉽다. 수요가 집중하는 이유다.
패션업계에선 패스트패션의 인기를 역이용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스파 브랜드의 장점이 크지만,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고 매 시즌 주력 아이템이 바뀌는 등 단점도 분명하다”며 “자연스럽게 멋을 내는 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맞춤형 상품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