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선 직후 각종 내수 부양 정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외식업계는 3일 대선 개표방송이 밤 시간대까지 이어지면서 평소보다 간식 구매·배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반짝 특수’에 대비했다. 편의점 업계는 주요 선거가 열릴 때마다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많아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와 유사한 소비 패턴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 치킨·맥주 등 야식 수요가 몰리는 제품군의 물량을 확대했다.
피자·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매출 반등을 기대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국내 주요 치킨 브랜드의 평균 매출이 전주 대비 최대 63%까지 증가한 바 있다. 외식업계는 이번 대선일도 유사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비했다. 이번 주 현충일과 주말이 이어지는 연휴도 유통업계에는 호재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배달 앱을 통한 비대면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전월(93.8) 대비 8.0포인트 상승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는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탄핵 정국 이후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5번의 대선 직후 평균적으로 소비심리는 약 3% 포인트 개선됐다.
소비심리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백화점업계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패션·뷰티·명품 등 고가 소비재 매출 비중이 높은 백화점은 소비 여력과 직결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내수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백화점·대형마트 업종 주가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선은 소비 성향을 개선하는 매우 긍정적인 이벤트다.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이후 치러지는 대선은 소비 심리 개선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국 혼란기를 틈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식음료 업계는 ‘물가 안정’이라는 과제를 안은 채 출범하는 새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가격 인상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령 선포부터 탄핵,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 혼란 속에서 라면, 맥주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 식품·외식업체는 약 60여곳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이 경제 주체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다”며 “새 정부가 내놓을 내수 부양책과 경기 활성화로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