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화합의 리더십과 더불어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3일 “먼저 화합한 뒤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 달라”면서 “화합이 새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하나님의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가난하고 병든 자 등 사회적 약자를 정의롭게 돌봐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갈등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해주길 소망한다”고 제안했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교회 연합기구 대표들은 ‘모두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했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도 “양극화와 생명 경시 문화를 멈추고 모두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힘의 정치를 넘어 사랑과 용서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시대적 요구도 있었다. 박성규 총신대 총장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처럼 반대편에 선 이들까지 품는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도 “양극화 국면 속에서 사랑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회권 숭실대 교목실장 역시 “상대를 설득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를 실현해 달라”며 “절대 반쪽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주문했다.
임성빈 한국리더십학교장과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임 교장은 “찬성하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밝혔다. 이 목사도 “특정 진영 인사만 기용하지 말고 통합적 인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성경 구절을 인용해 새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을 제시하고 책임 있는 정치를 권했다. 성구는 하나님의 주권을 통한 통치, 정의와 공의 실현, 지도자의 영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건영 인천제2교회 원로목사는 잠언 16장 9절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를 통해 “국민을 실제 이끄시는 분은 결국 하나님이란 점을 기억하는 지도자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시편 33편 10~12절 말씀을 인용한 국명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는 “하나님의 주권이 나라들의 계획을 폐하시고 민족의 사상을 무효하게 하신다”면서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하나님의 기업으로 선택된 나라가 결국 바로 선다”고 밝혔다.
김혜령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수는 갈라디아서 3장 28절 말씀인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를 통해 “차별 없이 약자의 삶을 보듬는 정책을 펼쳐 서로의 차이가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는 평등과 화합의 정치를 펼쳐 달라”고 요청했다.
정의의 선지자로 불리는 아모스의 말씀은 박조준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설립자가 인용했다. 아모스 5장 24절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를 대통령을 위한 성구로 꼽은 박 목사는 “상식과 공정, 정의를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나라를 세우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자문위원장인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사무엘하 9장에는 다윗이 요나단과의 언약을 기억해 장애인 므비보셋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자비로운 리더십의 전형이 나타난다”면서 “새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이처럼 자비로운 리더십”이라고 제안했다.
박동신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도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가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는 창세기 13장 9절 말씀을 통해 “다른 의견, 다른 이들과도 함께하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바랐다.
새 대통령에게 다양한 당부를 전한 목회자들은 공동체를 돌보는 정치와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웅천 둔산성광교회 목사는 “사도 바울이 자신을 ‘그리스도의 종’이라 고백한 것처럼 종의 자세로 눈물 흘리는 이들을 품고 보듬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면서 “대한민국과 세계의 미래를 설계할 지도자로 바로 서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를 바꾸는 지도력을 펼쳐 달라”고 말했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헌법 개정을 통해 모든 국민이 돌봄받을 권리가 명시되길 바란다”며 “고령자 장애인 등 돌봄 대상자를 돌아보고 이들뿐 아니라 국민이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는 대통령이 돼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다위 선한목자교회 목사도 “소외된 약자를 돌보며 당파적 분열을 넘어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작가 파커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인용한 안성우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은 “정치는 절대로 게임이 아니며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오래되고 고귀한 인간적인 노력”이라며 “마음의 연금술은 갈등을 창조적 에너지로, 긴장을 공공선으로 바꿀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목회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하나님을 경외하고 성경적 가치와 신앙의 자유를 존중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이성희 연동교회 원로목사는 ‘균형의 힘’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성구처럼 대통령이 말씀을 따라 형통할 길을 찾으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정책이든 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데 방해가 되어선 안 되는데 자유롭게 예배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규환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장도 “성경적 가치에 들어맞는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이 돼 달라”며 “국민과 교회를 소중히 여기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하나님 앞에서 바른길로 가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창일 박효진 양민경 기자, 종교국 종합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