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6시 전국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자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100세를 넘긴 고령 유권자도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충북 옥천에서는 주민등록상 1904년생인 이용금(121) 할머니가 딸(75)의 부축을 받아 청산면 다목적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생전 마지막 대통령 선거가 될 수도 있어 투표에 참여했다”며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상 1904년생인 이 할머니는 서류 착오로 인해 실제보다 나이가 15살 정도 부풀려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100세는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지역 유권자들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산불로 집이 타 영덕국립청소년해양센터에 머무는 영덕읍 석리 주민 김모(70)씨는 “산불 피해로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지만 투표에는 당연히 참여했다”며 “마을 주민 100%가 투표했다”고 말했다. 산불로 집이 전소된 안동시 임하면 주민 박모(70)씨는 “아직 마음은 심란하지만 국민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투표장에 나왔다”며 “재난에 잘 대처하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청송산불 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진보면 주민 신승원(26)씨는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준비 중인데 더 빠르고 확실히 제정되도록 새 대통령께서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북단 서해5도의 투표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백령도 주민 김모(51)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노인용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선거 안내원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민통선 안에 있는 경기도 파주 대성동 마을과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도 장단출장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김동구 대성동 마을 이장은 “접경지에 사는 국민으로 늘 불안감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데 누가 당선되든 남북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 전쟁 걱정을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옥천·안동·의정부=홍성헌 김재산 박재구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