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 끝모를 추락… 육성책에도 반등 없어

입력 2025-06-04 00:34
연합뉴스

이차전지 기업 주가가 대선 과정에서 후보의 육성 공약이 나온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한다. 매도 보고서가 매우 드문 국내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깝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TOP10’은 올해 들어 22.13% 하락했다. 이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과 POSCO홀딩스,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에코프로 등 주요 이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는 45.78% 하락했다. 이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2차전지TOP10’도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보유 중인 투자자 99.63%가 손실을 봤다.

더욱이 대선 캠페인 당시 공약에 이차전지 육성책이 포함됐음에도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K-배터리(이차전지)로 대한민국 경제를 재충전하겠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이니셔티브의 중심축으로 K-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과 세제지원, 충청과 영호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가능성과 전기차 수요 둔화 등 구조적 문제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주된 이유다. 미국 전기차 시장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유지가 필요한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선 공약에 대해 “단기 주가 흐름은 긍정적일 수 있으나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미국 정책과 무관하게 수혜를 받을 정도로 정책 및 예산이 집행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올해 하반기도 이차전지 기업 주가가 반등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IRA 관련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주가의 추세적인 반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엔에프 등 주요 시총 상위 이차전지 기업의 투자의견을 모두 ‘중립’으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이차전지 기업 주가가) 작은 모멘텀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도 “잦은 매매가 어렵다면 굳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