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법 선고·국힘 후보교체 파동… 요동친 대선판

입력 2025-06-04 00:43

제21대 대선 선거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힌 상황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뒤늦게 합류해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 후보는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이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했으나 오히려 지지층을 규합했다. ‘후보 교체’ 파동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출마한 김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범보수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내부 경선 전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던 이재명 후보는 지난 4월 27일 89.77%라는 유례없는 최종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선 본선에 진출했다. 민주당 경선은 이재명 후보의 통과가 아니라 다른 후보의 완주 여부가 관심이 될 정도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구대명’(90% 득표율의 이재명)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나흘 뒤인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절차를 앞당길 경우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대선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 유죄가 확정되면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대선 출마조차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이 이례적으로 신속해 사실상의 정치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 특검법 발의를 검토했다. 대법관을 100명까지 늘리는 법안도 발의했다 철회했으나, 이재명 후보는 공약에 ‘대법관 증원’을 포함시켰다. 이재명 후보의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모든 재판부는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이 일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사법개혁’과 ‘사법부 흔들기’로 나뉘었다.

이재명 후보가 ‘사법리스크’와 씨름했다면, 김 후보는 경선부터 본선까지 내내 ‘단일화’의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는 당시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던 한덕수 전 총리의 ‘대망론’이 일었고, 이 때문에 김 후보를 포함한 후보 다수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열린 태도임을 앞다퉈 피력하는 일이 있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일 출마를 선언했고 김 후보는 그 하루 뒤 경선을 통과했다. 다만 두 사람은 ‘반(反)이재명’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일화를 좀체 이루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김 후보의 직위를 박탈, 한 전 총리로의 교체를 시도했다. 의원총회와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동의하고 한 전 총리가 새벽 3시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으나, 초유의 후보 교체 작업은 전 당원 투표에서 제동이 걸렸다. 김 후보는 당원 투표 결과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구(舊) 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한 장본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이후에는 이재명 후보에 맞서기 위한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가 TV토론회 중 이재명 후보 장남의 과거 행적을 공격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지칭한 표현을 그대로 옮긴 일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