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찬양이 누군가 마음 여는 대화의 창 됐으면”

입력 2025-06-04 03:01
테너 존노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주님앞에제일교회에서 교육·음악전도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존노의 공식 프로필 사진이다. 크레디아 제공

“제가 노래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 다짐을 삶으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함께 기도하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마음을 털어놓는 게 점점 어려운 시대지만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그런 대화의 창이 되면 좋겠습니다.”

찬양하는 삶으로의 부르심 앞에 기꺼이 응답한 성악가가 있다.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 멤버 테너 존노(본명 노종윤·34)가 그 주인공이다. 존노는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신앙과 음악으로 엮인 삶의 여정을 들려줬다.

존노는 5대에 걸쳐 이어진 신앙의 유산 속에서 자랐다. 고조부는 충청도 지역에 한성교회를 세운 장로였고, 증조부는 6·25전쟁 당시 교회를 지키다 북한군에 의해 순교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목회자다.

신앙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본인 신앙은 다른 문제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기독교 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존노는 인종차별과 따돌림 속에 깊은 외로움과 방황을 겪었다. 점심시간이면 몰래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을 정도였다. 체중은 20㎏ 넘게 늘었고 마음속엔 분노와 피해의식이 쌓였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위로는 노래였다.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듣고 큰 위로를 받았어요. 노래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단 걸 처음 느꼈죠. 그때부터 노래가 주는 힘을 느끼고 중창단에 들어가면서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찬양을 부르며 음악에 몰입했고, 교황청에서 주최한 국제기독교음악페스티벌 청소년 대표로 초청받기도 했다. 존노는 “푸치니의 ‘메사 디 글로리아’를 부르다 성령의 위로와 같은 울림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성악은 찬양을 위한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존노는 3~4개월의 준비 끝에 존스홉킨스대 피바디음악원에 극적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학비 문제로 1년 만에 입대를 택했다. 복무 중에는 퇴학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모차르트 아리아를 불러 오디션 영상을 보내고, 장학금을 받아 끝내 복학에 성공했다. 존노는 “한 교수님이 베트남전 참전용사셨는데, 제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으셨다고 전해 들었다”며 “퇴학 위기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대 물혹과 이로 인한 결절로 노래를 멈춰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는 “노래를 한 번 하면 일주일 동안 쉬어야 할 정도였다”면서도 “하지만 찬양이 사명이라면 이 음성도 주님께 드리는 것이니 회복도 온전히 주님께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성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거두시는 분도 하나님’이라는 믿음으로 시련들을 견뎌냈다.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했고, 카네기홀 등 세계적인 무대에 서며 ‘찬양하는 성악가’로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저는 성악가이기 전에 사역자입니다. 공연을 통해 누군가가 은혜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어요.”

존노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주님앞에제일교회(노윤식 목사)에서 교육·음악전도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방송생활 속에서도 신앙의 중심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 성결대 신학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으며, 목사 안수도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대 음악학과 대우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존노는 4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 ‘기도’ 무대에 오른다. 이 무대는 솔로 앨범 ‘NSQG4-기도(Preghiera)’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로 타이틀 곡은 ‘은혜’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이 은혜라는 고백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요한일서 4장 18절이다. 그는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나니….’ 이 말씀이 제 신앙의 중심”이라며 “사랑이 두려움을 이기고, 찬양이 상처를 이긴다는 걸 삶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노는 청년세대를 향해서도 “포기하지 말고,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실패와 시련도 결국 은혜라는 걸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