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읍내를 지난 조양강은 정선읍 가수리에서 지장천을 만나 영월읍 하송리까지 동강으로 흐른다. 동강에 영월이 수식어처럼 붙지만 총길이 65㎞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선 땅을 흐른다. 동강과 그 지류인 지장천을 따라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장천은 함백산 만항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다. 43.6㎞ 구간을 흐르며 ‘작은 동강’으로 불릴 만큼 경관을 자랑한다. 가수리에서 이 물길 옆으로 난 길은 광락로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미리내폭포’다. 1965년 인근 주민들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장천 물길을 돌린 인공 절개지다. 과거 용소폭포로 불리다가 생긴 모양의 영향으로 ‘와인잔 폭포’로도 알려졌다. 폭포 위 바위 벼랑이 U자형의 소리굽쇠 형태로 파여 있고 그 아래로 하얀 물줄기가 와인잔의 손잡이와 받침대처럼 흐른다.
바로 위 옛날에 호랑이가 목욕하다가 빠져죽었다는 전설을 지닌 범소를 지나면 ‘미리내마을’이다. 우리 고어에서 ‘미르’는 용을 뜻하는 말이다. 미리내는 용이 사는 개울로, 은하수를 일컫는다. 마을 앞 지장천 가운데 물고기 모양의 ‘천년돌다리’가 있다. 마을의 융성을 기원하며 무거운 화강석 수십 개를 징검다리처럼 조성해 놓았다. 홍수 때 돌다리가 일부 유실돼 모양을 잃어 아쉽다.
상류로 더 가면 남면 낙동리다. 일대에도 쉬어 가기 좋은 계곡이 많다. 개미들마을, 광덕마을 등 농촌체험마을들이 이 계곡에 깃들어 있다. 낙동리 끝에 선평역이 나온다. 정선선의 무인 간이역이다. 역 주변의 경치가 수려해 영화 촬영장소 등으로 더러 이용된다.
선평역 뒤는 백이산이다. 수양산에 들어 고사리로 연명했다는 중국 백이·숙제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일대는 조선 건국에 반대하며 낙향한 고려 유신 일곱 명이 숨어살던 땅이다. 선평역 맞은편 ‘거칠현동’(居七賢洞)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들은 매일 산정에 올라 옛 도읍지를 향해 절하고 한시를 지어 망국의 한을 달랬다고 한다.
동강 출발점인 가수리 가수분교 운동장 한쪽에는 570년 역사를 간직한 느티나무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굽어보고 있다. 바로 옆 언덕에는 한눈에도 잘생긴 소나무가 우뚝하다. 진시황이 태산에서 폭우를 피했다는 오송정(五松亭)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5그루가 있었는데 2그루만 남았다.
동강은 깎아지른 뼝대(절벽)를 끼고 잔잔히 흐르며 장엄한 절경을 펼쳐놓는다. 동강과 바짝 붙은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면 보석처럼 푸른 동강의 물빛이 싱그러움을 풀어놓는다.
점재마을을 지나면 물길은 여러 차례 크게 휘어 돌며 사행천(蛇行川)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거의 360도를 돌아가는 첫 번째 물굽이에는 깊은 나리소(沼)가 만들어졌다. 도로에서 약 10분 정도 오르면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이 일대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은 나리소전망대 인근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이다.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가면 절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건너편 우뚝한 백운산 아래 제장마을이 깃들어 있다.
바로 앞 산 위에는 해발 425m 능선을 따라 정선고성리산성이 있다. 돌로 쌓은 산성은 삼국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성에 올라서면 동강과 주변 산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제장마을을 지난 동강의 물길은 소사마을에 이어 연포마을로 향한다. 연포마을의 전성기는 한창 뗏목이 오가던 1950~60년대다. 당시 마을 앞 동강 변에는 정선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떼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에서 서울 강남의 잘나가던 선생 김봉두(차승원)가 이 마을 연포분교에 발령받아 기막히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곳으로 알려졌다. 연포분교는 1969년 개교해 졸업생 169명을 배출하고 1999년 폐교했다. 현재 캠핑장으로 바뀌어 오지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포상회 바로 옆에 ‘거북이마을 2.4㎞’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거북이마을 가는 길 왼편 동강 건너편은 영월 가정마을이다. 배를 타야지만 닿을 수 있는 오지마을이다. 거북이마을을 지나면 평창 땅이다.
여행메모
신동에서 터널·구불길 지나 연포마을
산나물·약초·먹거리… 2·7일 정선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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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약초·먹거리… 2·7일 정선 5일장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따라가다 남면에서 좌회전해 59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이어 낙동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개미들마을, 미리내마을이 나온다.
신동읍 예미리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고성리재를 지나는 방법도 있다. 중간에 고성터널이 있다. 일반 터널과 달리 입구가 너무 좁아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다. 전조등을 켜고 맞은편에서 먼저 진입하면 기다려야 한다.
제장마을에서 연포마을까지 물길로는 강 건너 불과 수백m에 불과하지만 도로상으로는 원덕천을 지나 물레재를 넘어 소사마을로 불리는 바새를 거쳐야 도착할 수 있다.
정선의 대표적인 음식은 곤드레나물밥이다. 정선읍내에 유명 맛집이 있다. 정선 특유의 콧등치기 국수와 황기 족발 등을 내는 식당도 많다. 정선 5일장은 끝자리 2, 7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수수부꾸미, 김치전 등 토속적인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도 살 수 있다. 주변에 병방치 스카이워크, 삼탄아트마인, 화암약수, 화암동굴, 민둥산 등 볼거리가 많다.
정선=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