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문화체육 두 바퀴… 춘천, ‘생활특별시’로 약진

입력 2025-06-05 02:45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일까지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제24회 유니마총회 및 춘천세계인형극제에서 한 공연자가 하늘을 향해 불을 내뿜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유니마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춘천은 세계 인형극 중심지로 도약하며 문화도시 춘천의 가치를 알렸다. 춘천시 제공

강원도 춘천시가 첨단산업, 문화예술, 태권도를 중심으로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기업혁신파크 선정,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유치 등 민선 8기에 들어 추진한 주요 사업이 결실을 보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춘천시 발전의 대전환점이 될 기업혁신파크 사업이 이달부터 본격화된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사업시행법인 PFV가 이달 중 설립된다. 자본금은 총사업비의 10%인 1000억원 규모다. 강원도와 시가 9.8%, 앵커기업인 더존비즈온, 금융기업이 나머지 자본금을 분담한다.

시는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의 기업혁신파크 선도 사업 공모 대상지로 선정됐다. 시가 30여년간 쌓아온 바이오, IT 등 첨단산업의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춘천은 인구 30만 도시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첨단지식산업도시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춘천 기업혁신파크 조감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인구 30만명 달성으로 강원 수부(首府) 도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시 제공

기업혁신파크 사업은 민간기업 주도로 자족적 복합 기능을 고루 갖춘 하나의 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남산면 광판리 363만㎡ 부지에 들어선다. 정보통신기술(IT)·생명공학기술(BT)·인공지능(AI) 등 첨단지식산업시설, 연구시설, 주거시설, 교육시설, 복합문화 체육시설 등이 건설된다. 총사업비는 1조942억원이다. 2027년 상반기 착공, 2033년 준공이 목표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조성 단계에서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3829억원, 취업 유발효과 5835명으로 예상한다. 운영 단계에선 생산 유발효과 5조5575억원, 고용 유발효과 4만1313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위상을 넓혀가고 있다. 매년 국제인형극제를 열고 있는 춘천은 지난달 국제인형극연맹(UNIMA) 총회와 2025세계인형극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두 행사를 통해 춘천은 명실상부한 ‘세계 인형극 수도’로 자리매김했다. 총회와 축제 관람을 위해 22만명이 춘천을 찾았다. 공연은 총 104편, 302회 펼쳐졌다. 유니마 총회는 54개국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해 세계 인형극의 흐름을 논의했다.

춘천은 두 행사를 통해 축제 운영 능력, 시민 참여 역량까지 고루 인정받으며 국제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시는 인형극 도시로서의 문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축제를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인형극 상설전시 공간 운영, 시민 참여형 인형극단 발족, 연중 교육·창작 프로그램 등 축제 이후 연계 사업을 본격화한다.

춘천은 세계 태권도 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WT 본부 유치에 성공했다. 세계 213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WT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올림픽 정식종목 경기를 운영하고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다.

본부는 송암동 스포츠타운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선다. 8월 국제설계 공모에 들어가 2027년 첫 삽을 뜰 계획이다. 미디어월 등 전시공간을 비롯해 태권도 박물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체험공간, 연맹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위한 오디토리움, 리셉션홀 등이 생긴다.

지난달에는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4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이은 두 번째 메이저급 대회 유치로 춘천이 세계 태권도 중심 도시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대회는 내년 10월에 열린다. 품새 부문은 태권도 기술과 전통을 모두 보여주는 종목이다.

태권도 저변 확대는 물론 지역 경제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대회 기간에 선수단 1700명과 방문객 5만여명이 춘천을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적 효과는 165억원으로 예상한다.

육동한 춘천시장
“10여년 답보 캠프페이지 개발 속도감 있게 추진”

육동한(사진) 춘천시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춘천은 기업혁신파크 지정,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유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연장 등 성과를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육 시장은 “취임 후 3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춘천의 백년대계를 위한 큰 그림을 모두 그렸다”며 “앞으로 남은 민선 8기 후반은 시민들과 소통하며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 등 춘천의 성장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춘천시는 기업혁신파크에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학교 유치를 통해 기업혁신파크의 첨단산업을 뒷받침할 인재 양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과학, 기술, 기계, 수학 등 이공계 중심 학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육 시장은 “기업혁신파크는 첨단지식산업과 함께 교육, 정주, 관광 등이 어우러진 융복합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이라며 “첨단 산업 기반과 연계된 교육기관을 통해 기업혁신파크의 기능과 목적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는 청년이 돌아오고 머무는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체계적인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지역 기업에 월 최대 180만원의 인건비와 교통비 10만원을 지원한다. 장기근속자에게는 연 1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에는 시각특수효과(VFX) 중심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육 시장은 “10여년째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캠프페이지 개발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고 한다”며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결국 일자리다. 캠프페이지에 ‘공원’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인재 양성과 창업까지 연계한 첨단지식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