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박해를 피해 산새처럼 날아가
고린도에서 바울을 만난 순간
선교 미담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가죽 장막은 제단이 되어 촛불을 밝혔다
바울을 위하여
목이라도 내어놓을 수 있었던
초대교회의 활활 타오르는
붉은 촛대의 섬광이여
함께 부부가 순교하는 전설을 남겼던 영광의 최후
훗날에도
이름 없이 빛없이 섬기는 이들의 가슴속에 들어와
교회의 두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불멸의 영향이 되었으니
쓸쓸한 바람이 부는 어두운 장막 아래서
제단불을 밝히고 있는 따스한 손길이여
한마음 한뜻으로 주의 제단을 섬겼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슬(琴瑟)의 소나타여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신약성경 여러 곳에서 언급되는 유대인 부부다. 이들은 로마에서 박해를 받아 고린도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의 기록에서 부인 브리스길라를 먼저 거명함으로써 존중의 뜻을 표하고 있는데, 이는 로마제국의 가부장주의에 반대되는 행위다. 아굴라가 노예 신분인 반면에 브리스길라가 명문가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이들의 직업은 천막을 제조하는 일이었는데, 바울 역시 사도가 되기 전에 이 일을 했다. 이들 부부는 바울을 도와 초대교회의 헌신 그리고 희생의 모범을 보였다. 시인은 이들로부터 '선교 미담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함께 부부가 순교하는 전설'을 남겼다고 증언한다. 더불어 훗날 '이름 없이 빛없이 섬기는 이들'에게 '불멸의 영향'이 되었으며, 이 부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섬긴 발자취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슬(琴瑟)의 소나타'라고 상찬했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