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정치권 관심은 최종투표율이 지난 20대 대선 투표율이었던 77.1%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선두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막판 추격전을 벌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격차가 유지되느냐 좁혀지느냐 여부는 결국 투표율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지층이 총결집해 투표율이 높아지면 경쟁 양상도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TK·PK)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낮았던 만큼 본투표에서의 만회 여부도 주목되는 변수로 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대 대선 최종투표율은 77.1%였다. 격차는 0.73% 포인트 차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엇갈릴 만큼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수·진보 양 진영이 각각 단단히 결집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투표율이 지난 대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계엄·탄핵이라는 선거 구도로 인해 완전히 결집하지 못한 보수층이 투표장에 덜 나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양강 후보의 접전 양상이 전개될 것이고, 투표율이 떨어질수록 두 후보 간 격차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격 중인 김 후보 입장에서는 영남권 유권자들이 본투표에 얼마나 나설지가 핵심 관건이다. 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의 사전투표율은 30%대 초반대로 지난 대선 때에 미치지 못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는 25.6%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30% 벽을 넘지 못했다. 호남지역 사전투표율이 50%를 넘은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영남권 최종투표율이었던 70% 중후반까지 올라와야 추격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구·경북 지역 투표율 80%, 득표율 80%가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투표율이 낮은 것이 이 후보에게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국 정치적 지형은 보수 우위의 구도”라며 “이 후보가 우세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중도층 대결에서 김 후보를 압도해야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유의미한 득표를 원하는 이 후보로서는 이미 결집한 진보 진영 외에 ‘플러스알파’ 표심도 절실하다. 이 후보가 “아직 세 표가 부족하다”는 슬로건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불을 붙인 이 후보 아들의 과거 행적 문제나 유시민 작가의 설화 논란 등이 중도·무당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준석 후보의 완주가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준석 후보가 범보수 진영 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그의 완주가 김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단일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보수 진영 내 사표 방지 심리가 확산하면 이 후보 지지율 중 일부가 김 후보로 돌아설 가능성을 국민의힘에선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이번 대선에서 중도·개혁보수로 포지셔닝을 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보수 외연확장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어 김 후보에게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란 의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