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이승엽(49) 감독이 2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3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부터는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두산은 시즌 초반 주전 투수들의 부상과 기대 이하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며 9위까지 처졌다. 두산은 이날 기준 23승 32패 3무(승률 0.418)로 10개 구단 가운데 9위에 올라 있다. 지난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 이틀 연속 1대 0 패배를 당한 게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 시절 ‘국민타자’로 사랑받은 이 감독은 2023시즌부터 두산 사령탑에 올랐다. 코치 등 지도자 경험 없이 바로 감독직을 맡았다.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의 조건으로, 초보 사령탑으로선 최대 규모였다.
이 감독은 2022년 9위에 그친 팀을 이어받아 거포 군단에서 단타와 빠른 발을 쓰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나름의 성과도 냈다. 두산은 2023년 정규시즌 74승 68패 2무로 5위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성적(74승 68패 2무)으로 4위에 올라 다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그러나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5위 KT 위즈에 2경기 연속 패해 2015년 와일드카드 도입 후 사상 처음으로 4위가 5위 팀에 밀려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15~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2015·2016년, 2019년)을 차지한 두산으로선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시즌을 열면서 “베어스는 올해 ‘완전체’로, 과거의 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두산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포부를 밝혔었다. 그러나 국민타자의 첫 감독 경험은 3년 계약을 끝내 다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결말로 끝이 났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