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불법 사금융업자, 받은 원리금 다 반환하라”

입력 2025-06-03 00:13

최고 연 4000%가 넘는 초고금리 이자를 책정하고, 나체 사진까지 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심을 자행한 불법사금융업자들에 대해 원금 및 이자 전액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정 이자율(20%)을 넘어서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함께 반환토록 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달 29일 광주지법이 20대 남성 A씨가 불법사금융업자 6명을 상대로 낸 기지급 원리금 반환청구 및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청구 내용을 전부 인용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모두 15차례에 걸쳐 불법사금융업자들로부터 510만원을 빌렸다. 이후 연 1738~4171%의 초고금리를 적용받아 890만원을 변제하는 과정에서 성착취형 추심을 당했다. 불법사금융업자들은 담보용으로 받아둔 A씨 나체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한 후 다른 주변인에게도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A씨는 금감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기존에 상환한 원리금 890만원의 반환과 함께 나체사진 유포·협박 등 추심과정의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금 200만원 등 모두 1090만원을 청구했다. 피고들이 A씨 주장을 다투지 않으면서 자백 간주 조항(민사소송법 제150조)에 따라 판결이 내려졌다. 피고들은 A씨를 협박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형사처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반사회적 불법사금융계약에 대해 이자에 이어 원금까지 반환을 명령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이자만 무효로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금감원은 “대부계약 자체 효력을 부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개정 대부업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피해구제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개정법은 성 착취, 폭행, 인신매매 등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을 명시적으로 무효화하고 원금과 이자 모두 상환의무가 없음을 법률로 규정한다. 또 미등록 불법사금융업자와 이자 계약도 무효로 본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업자의 초고금리와 악질적인 추심 행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박탈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불법사금융 범죄의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공단은 2023년 12월 업무 협약을 맺고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의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A씨 건은 소송 지원 사례 중 처음 선고된 판결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