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2시간 작업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법령을 정부가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동자 건강을 무시한 친기업 행태”라며 반발했다.
고용부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산안 규칙) 개정안을 재검토해 다시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산안 규칙 개정안은 지난 1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규개위가 특정 조항에 ‘철회’를 권고하며 제동이 걸렸다.
문제가 된 내용은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한다는 조항(휴식권 보장 조항)이다. 규개위 행정사회분과는 이런 획일적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중소·영세 사업장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철회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규개위 심사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와 해당 조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안 규칙 개정안에는 휴식권 보장 조항 외에도 온·습도계 비치, 체감온도 및 조치사항 기록 등 사업주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담겨 있다.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법적 의무사항으로 변경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일 시행됨에 따라 관련 의무사항을 산안 규칙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가 재입법예고를 결정하면서 다른 보건 조치를 시행하는 데에도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됐다.
다만 고용부는 산안 규칙 개정안 재검토와 별개로 휴식권 보장 조항 등을 산업 현장에 적극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령 재검토가 이뤄지는 동안 자율적으로 근로자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마련토록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규개위를 규탄하고, 권고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감온도 33도 속 2시간은 서 있기만 해도 힘든 조건이다.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데 기업 부담을 운운하는 것은 ‘폭염에 쓰러질 때까지 일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