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27)씨는 2일 오전 제주공항에서 편의점에 들렀다가 삼성페이가 작동하지 않아 한참을 계산대 앞에서 헤맸다. 처음에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고장 났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삼성페이가 없어 결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씨는 “서울행 항공편도 삼성페이로 사려고 했는데 갑자기 페이가 작동하지 않아 당황했다”며 “지갑을 챙기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제주에 발이 묶일 뻔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3시간여 동안 네트워크 장애로 삼성페이 카드 결제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페이는 지문이나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결제창으로 넘어가는데, 인증 이후 결제창으로 넘어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전 10시쯤 공지사항을 통해 “카드 결제 및 등록 시도 시 오류가 발생하던 현상이 해소돼 정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류 원인에 대해 “일부 신용카드사와의 전용선 네트워크 장애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로부터 서비스 장애에 대해 보고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필요하면 현장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출근길에 발생한 오류로 삼성페이 이용자들은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는 삼성페이를 쓸 수 있는 삼성월렛에 교통카드, 신분증 등을 등록해 놓기 때문에 실물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는 “지갑 없이 밖에 나왔는데 삼성페이 결제가 안 된다” “슈퍼에 갔다가 결제가 안 돼 빈손으로 나왔다”는 경험담이 속출했다.
SK텔레콤 해킹을 경험한 만큼 삼성페이 결제 오류가 보안 사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삼성은 해킹 등 보안과 관련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페이는 지난 4월 16일에도 네트워크 장비에 일시적인 문제가 발생해 결제 오류가 있었지만 3분 만에 복구됐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69%가 삼성페이 기능이 탑재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를 사용 중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성페이 사용자는 1856만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삼성페이 이용자가 막대한 만큼 결제 오류로 인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제 오류로 인한 피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삼성페이가 이용자나 카드사로부터 별도의 이용 요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결제 오류로 인한 피해 사례는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