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고차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다. 올해 들어 중고차 수출량과 수출액 모두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의 이미지가 개선된 데다, 정세가 불안한 러시아·중동 등에 서방의 신차 공급이 막힌 덕도 봤다. 올해 중고차 수출 시장은 사상 최초 8조원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2일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에서 수출한 중고차(승용차·상용차 포함)는 29만6704대다. 전년 동기(19만4658대) 대비 52.4% 급증했다. 1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량이 증가했다. 지난 4월엔 8만508대를 수출해 전달 세웠던 수출 최고 기록(7만8842대)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수출액도 약 7억6100만 달러(약 1조455억원)로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세단 위주였던 수출 차종도 현대차 투싼·싼타페, 기아 스포티지·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다양해졌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선 포터2와 봉고3 등 1t 트럭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중고차 수출은 2020년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19억7200만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50억9300만 달러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고속성장의 배경엔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국내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 자리한다. 현대차·기아는 과거엔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었지만 연비·내구성 등 기술 발전으로 글로벌 톱3에 올라서며 중고차 시장에서 신뢰도를 키웠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도 중고차 수출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이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신차 공급이 꽉 막힌 러시아가 주변국을 통해 중고차를 대규모로 들여오고 있어서다.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행 물량도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차량 수출입을 강력히 통제하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지난해 12월 무너진 이후 과도정부 체제에서 한국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 운송비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 중고차는 대부분 컨테이너에 실어 해상으로 운반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초 5000선을 넘었지만 올해 들어 1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고환율 흐름도 수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 제품 가격이 싸게 느껴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 소장은 “초기 과열 상태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엔 수출량이 다소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중고차 수출 규모는 8조원을 넘어 9~10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신흥국의 경제성장 등을 동력으로 글로벌 중고차 시장 및 무역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