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등 주력 선진 시장의 건설경기 악화 여파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건설기계 업계가 신흥 시장 맞춤형 제품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신제품 출시 행사를 개최해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신형 백호로더 HB640C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 현장에서는 7대의 장비가 계약됐다. 앞서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4월 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아그리쇼 2025’에 참가해 이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백호로더는 앞쪽에 로더, 뒤쪽에 굴착기가 결합된 형태의 다목적 건설장비다. 하나의 장비로 흙을 퍼 올리고 땅을 파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도심지 소규모 공사뿐 아니라 농업·산림·도로 보수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된다.
그간 백호로더 제품군이 없었던 HD현대인프라코어도 DB100AS-2K2, DB100AC-3P2 등 6개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목표 지역은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 국가다. 백호로더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했던 두산밥캣은 2019년 인도 첸나이에 글로벌 백호로더 생산기지를 세워 인도 시장에서 주요 생산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건설기계 업계는 주력 시장의 수요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신흥 시장 맞춤형 제품을 통해 실적 부진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건설기계 수요는 코로나19 확산세 완화로 2022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두산밥캣·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등 국내 건설기계 3사가 주력했던 북미 시장의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3사의 올해 1분기 북미 매출은 모두 2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흥 시장의 사정은 다르다. 정부 주도의 공공 인프라 투자 기조가 있는 브라질, 인도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는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다.
백호로더는 농업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진 시장보다 신흥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 브리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백호로더 시장 규모는 2023년 209억9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6%의 성장률을 기록해 2031년 352억6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브라질에서만 올해 1~4월 백호로더 시장 규모가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북미 지역 시장 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브라질, 중동 등 전략적 요충지의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