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게 사랑으로 다가가 복음 전하죠”

입력 2025-06-03 03:04
류하은씨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일상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밤낮이 바뀐 교대 근무, 쉴 틈 없는 병동에서도 “간호는 곧 사랑을 전하는 일”이라며 미소짓는 간호사가 있다.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 대신 요양병원 중환자실을 선택한 간호사 류하은(29)씨다.

류씨는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 계정 ‘365 하묵(하나님 묵상, 하은 묵상)’을 통해 병동 일상과 짧은 묵상을 나누며 “이곳에서 더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사랑을 전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올린 글과 영상은 어느새 4만8000명의 팔로워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말 한마디, 손 한 번 잡는 행동에도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는 걸 간호 현장에서 배웠다”며 “‘기도해줘서 고맙다’는 어르신의 한마디에 하나님이 그 자리에 함께하신 듯한 따뜻함을 느낀다”고 했다.

류씨의 첫 직장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대학병원이었다. 그러나 2년 반 동안 근무하면서 매일 퇴사를 고민했다. 온종일 뛰어다니며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다. 기도하면서 버티던 중 새벽예배에서 ‘여정을 마무리해도 좋다’는 응답을 받고 떠날 결심을 했다. 안정적인 월급과 누구나 알아줄 병원의 이름값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자신에게 맞는 사역임을 확신하면서 지난해 10월 요양병원에서 새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인이 대부분인 병동,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류씨가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환자들에게 손녀처럼 다가선다고 말했다. 복음을 전하고 싶어도 사랑으로 먼저 다가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다.

류씨는 “환자들에게 ‘저랑 같이 천국 가실래요’라고 조심스레 묻고 나면, 함께 성경 오디오 앱으로 말씀을 듣거나 찬양을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90대 중반의 할머니였다. 류씨는 말을 할 수 없는 그에게 스케치북에 글을 써가며 마음을 전했다. 처음엔 그런 류씨를 거절하던 할머니는 점차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후 환자는 기적처럼 회복돼 자신의 발로 병원을 걸어 나가며 “예수님 믿고 천국 가겠다”고 고백했다.

류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계정에 ‘From. 하나님’이라는 묵상 콘텐츠도 올리고 있다. 자존감, 미래에 대한 불안, 죽음 등 청년들의 고민에 하나님이 보내는 ‘답장’ 형식의 묵상이다. 최근 이를 모아 ‘하나님께 DM이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묵상집도 펴냈다.

류씨는 다만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병원 근무를 마무리했다. 가을로 예정된 결혼과 치매를 앓는 조부모를 돕는 삶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다만 완전한 끝은 아니다. 그는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삶이 정말 행복하다”며 “이후 계획은 하나님께 맡겼지만 하묵을 통해 하나님 사랑을 전하며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삶을 이어갈 예정”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변에 사랑을 전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일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진심을 담아 일한다면 하나님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보기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