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건설 경기 속에서 새 정부는 ‘건설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산업·인구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원 일변도’에 갇힌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건설 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로 전망된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 시계열 기준으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2%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 기준)도 지난 1분기 27조1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7% 줄었다. 이 역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한은이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월(1.5%)보다 0.7% 포인트 낮췄는데, 하락 폭의 절반이 넘는 0.4% 포인트가 건설투자 침체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건설업이 경기 사이클상 저점이 아닌 산업구조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산업·인구 구조 재편이라는 큰 흐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과거에는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수요의 위치와 맞춤형 공급이 더 중요해졌다”며 “출산율 저하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수요 양상도 훨씬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관성에 따라 지원 중심의 정책 기조에 머무를 경우 건설사의 자생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정부는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면 세제 혜택과 등록사업자 우대 등 단기성 지원을 반복해 왔다. 이를 두고 ‘경기가 나쁘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 건설업의 체질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있었다.
송 소장은 “새 정부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등 금융 건전성 조치가 현장에서 잘 정착돼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산업 내에서도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거나, 고부가가치 공정으로의 분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춰 정책과 제도의 대응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이달 중 확정하기로 한 외국인 숙련공 도입 확대를 노동계 반발과 부처 간 이견으로 7월 이후로 미뤘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 인력은 건설업의 노동 공급 부족을 해소할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