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이렇다 할 수혜를 받지 못 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주도 OTT 산업 육성 공약인 ‘잼플릭스’ 구상을 밝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K-콘텐츠 문화강국 달성’ 공약은 대통령 직속 K문화강국위원회를 설립하고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K컬처 플랫폼을 육성해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OTT에 종속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실제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사용자의 OTT 앱 사용시간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61.1%로 1위다.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16.5%, 10.2%의 점유율로 각각 2, 3위에 올랐고, 나머지 앱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넷플릭스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주도 OTT 사업은 해외에서도 시도됐지만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프랑스는 2020년 국가 주도 아래 자국 방송사들의 연합 OTT 서비스인 살토(Salto)를 만들었다. 자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약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프랑스 문화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60.1%인 반면 살토의 점유율은 1.3%에 그쳤다.
스웨덴에서도 위성 텔레비전 방송사 MTG가 2018년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스트리밍 전문 그룹 NENT를 설립했으나, 수천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공약에서 OTT 산업 지원에 대한 대상과 규모가 구체화돼야 국가 주도 정책이 성공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영신 미디어산업 평론가는 “지난 몇 년간 OTT 산업 진흥 이야기는 계속 나왔지만 구체화된 정책이 없었다”면서 “최소한 넷플릭스가 선택하지 않는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는 로컬 플랫폼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로컬 플랫폼의 글로벌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며 “국내 OTT 콘텐츠 제작 기업에 재원이 흘러가도록 세제 혜택 제공, 펀드 조성 등 구체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