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퍼플렉시티의 신규 투자 유치에 참여하고, 퍼플렉시티의 챗봇 및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AI 빅테크와 협업 관계를 열어놓고 싶은 삼성과, 접근성 확대를 노리는 퍼플렉시티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은 퍼플렉시티 앱과 어시스턴트(비서)를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고, 삼성 웹 브라우저에도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서울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등 계약 체결에 근접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부터 퍼플렉시티를 기본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퍼플렉시티는 오픈AI 출신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등이 지난 2022년 설립한 AI 검색 스타트업이다. 생성형AI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환각 현상을 줄인 검색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를 140억 달러(19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 퍼스트페이지세이지에 따르면 퍼플렉시티의 지난 4월 생성형AI 챗봇 점유율은 6.3%로 지난해(2.9%) 같은 기간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계약 성사 시 퍼플렉시티는 갤럭시 폰에서 여러 AI 서비스 옵션 중 하나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역시 올해부터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갤럭시 폰의 기본 AI 서비스로 제공하고 그 대가를 매달 지불하고 있다.
구글과 비교했을 때 자금력이 부족한 퍼플렉시티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삼성은 거래 성사 시 금전적 이익보다는 기술적 이점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퍼플렉시티는 지난해 전체 지출 6500만 달러(900억원), 매출 3400만 달러(470억원)를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출의 대부분(6000만 달러)을 서비스 무료 사용권과 인프라 비용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처럼 거액의 비용을 삼성에 지급하기는 어렵다. 삼성이 탑재 대가로 구글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이나 심지어 무료 탑재를 제시한다면 퍼플렉시티를 구글의 대안으로 지원하고자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삼성은 퍼플렉시티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퍼플렉시티는 5억 달러(7000억원) 규모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데 여기에 삼성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퍼플렉시티와의 협력 및 투자 검토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