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기쁨 누리는 영적 쉼터… 태안에 순례자의교회

입력 2025-06-03 03:01
충남 태안에 봉헌된 순례자의교회 예배당 내부 모습.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수룡저수지. 저수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한쪽에 그림 같은 교회당이 들어섰다. 아담한 종탑 기둥엔 ‘길 위에서 묻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내부는 성인 4~5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3평 규모 예배당은 목재와 벽돌로 지어져 따뜻함과 평안함을 선사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상징하는 촛대와 십자가, 성경이 비치돼 있다. 집 모양의 종탑은 예수께서 머무실 집을 짓고 싶다는 마음으로 디자인됐다.

최근 새롭게 봉헌된 ‘순례자의교회’ 모습이다. 순례자의교회는 전통적인 교회 틀에서 벗어나 하나님과 깊이 만나는 ‘영적 쉼터’를 표방한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봉헌예배에서 말씀을 전하고 “모든 교회가 동일할 필요는 없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때로는 유대인처럼, 때로는 율법 없는 자가 된 것처럼, 교회도 다양한 이유로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공동체다. 어떤 이는 그 안에서 헌신하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또 다른 이는 위로와 기쁨을 누린다”면서 “순례자의교회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행복한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봉헌감사예배 참석자들이 교회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교회 설립은 이의신 장로와 조영자 권사 부부(만나교회)의 재정적 헌신과 신앙적 결단으로 이루어졌다. 이 장로는 “18년간 외국에서 살았다.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은혜가 눈물겹도록 감사하다”며 “나이로 인해 복음을 직접 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혼 51주년을 기념해 ‘말씀과 은혜를 받을 장소’로 순례자의교회를 세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순례자의교회는 정기예배도 등록교인도 상주 목회자도 없다. 조직과 제도, 프로그램을 중심에 두지 않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의 영적 연합을 본질로 삼는다. 교회 설립자인 김태헌 제주 산방산이보이는교회 목사는 ‘존재론적 교회’라고 정의했다. 김태헌 목사는 “이 교회를 통해 비기독교인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하고 쉼을 갈망하는 이들이 안식을 누리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총 19곳에 순례자의교회를 건립할 예정이다. 향후 건축되는 교회에는 봉헌자의 삶과 믿음을 기록하는 ‘신앙역사기록관’과 유택(기독교식 묘지)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순례자의교회는 2012년 제주시 한경면에 첫 교회가 세워진 이후 동회천순례자의교회(2018) 교동순례자의교회(2020) 임진각순례자의교회(2024)가 건립됐고 이번에 태안 순례자의교회를 완공했다. 현재 전남 무안 순례자의교회가 건축 중이다.

태안=글·사진 김성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