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동네책방 스타들이 만든 팝업 책방

입력 2025-06-07 00:35

요즘 제주에서 가장 힙한 서점은 ‘일년서가’다.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백창화 대표, 남해 봄날의책방의 정은영 대표, 그리고 강화 국자와주걱의 김현숙 대표가 공동 운영하는 팝업책방이다. 1년만 책방을 해보겠다고 해서 이름도 ‘일년서가’다.

차를 몰아 종달리 옆 마을에 도착하니 손바닥만 한 평대항이 보였다. 동네책방이라면 좀 다녔지만 자주 “여기가 책방이 있을 곳인가” 하며 놀란다. 2층에 올라가니 ‘일년서가’의 삼면이 유리창이었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백 대표의 소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며 빙그레 웃었다.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의 제주 리커버 에디션을 들고 계산대에 서니, 오늘의 책방지기는 국자와주걱의 김 대표였다. 인사를 하고 신용카드를 내밀었으나 깜깜무소식. 김 대표가 포스기 사용이 서툴러 계산을 할 수 없었고, 먼 곳의 누군가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안쓰러워 현금을 드릴까 물으니 그건 더 골치 아프단다. 급기야 서점에 있던 손님이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계산은 했으나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전화를 할 요량으로 물었다. “책방은 언제가 한가해요?” 김 대표가 천연덕스럽게 “매일 한가해”라고 답했다. “어제는 2권, 오늘은 4권 팔았어.”

‘일년서가’를 연 세 명의 책방지기는 “책방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했다.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며 마당에 책을 진열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팔아보겠다는 꿈을 기어코 현실로 만든 것. 이렇게 동네책방계의 원로가 낯선 마을의 초보 책방지기가 되었다.

사실 팝업스토어는 스타벅스앳홈 전시, 무신사뷰티페스타처럼 새로운 타깃 독자를 검증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성수가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데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여기는 평대리. 평평하고 평범하고 소박한 바닷가 마을이다. 합해 38년 동안 책방을 운영한 세 사람에게 유동인구보다 중요한 건 살고 싶은 마을이었다. 함덕이나 김녕보다 한적한 곳,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는 곳. 셋이 좋아하던 바닷가 마을 평대리는 책방의 적임지가 되었다.

동네책방의 스타들이 모였으니 기존 책방과 겹치지 않는 콘셉트를 잡았다. 우선 책 만드는 책방, 북아뜰리에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이용해 나만의 팝업북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백 대표가 서점지기로 근무할 때만 가능하다. 포스기 사용은 서툴지만 김 대표와는 대화만 해도 재미있다. 또 일러스트비읍의 그림책 작가 원화 전시와 판매가 이뤄진다. 작은 출판사의 특별 전시 프로그램도 있다. 지금은 ‘책과 이음’의 책을 전시·판매한다. ‘내 책방 팽개쳐두고’ 강화에서도 하지 않던 일을 제주 와서 한다며 김 대표는 웃었다. 해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60대 중반의 책방지기는 이렇게 말했다. “힘들어, 근데 즐거워!”

한미화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