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가슴통증 등 증상
최근 최소침습 심장 수술법 증가
타비 등 대세인 것처럼 과대 홍보
고령이라도 건강하다면 수술 권고
최근 최소침습 심장 수술법 증가
타비 등 대세인 것처럼 과대 홍보
고령이라도 건강하다면 수술 권고
퇴행성 심장 판막질환을 앓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류머티즘성 열(목감기의 일종)' 후유증에 의한 판막질환이 많았으나 근래엔 노화에 따른 발병이 급증하는 추세다. 심장 내 혈액 역류를 막아주는 '문'격인 판막이 낡아서 열고 닫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병든 판막은 복원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하는 치료를 받아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등의 피부 혈관을 통해 새 판막을 삽입하는 타비(TAVI), 마이트라클립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경피적 시술법'이 심장 판막질환 치료의 대세가 될 수 없으며 과대 홍보되는 측면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상이 있는 판막을 복원하거나 교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전히 수술이라는 것이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병든 판막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가슴을 크게 열지 않고 절개를 작게 하거나 내시경, 로봇 등을 활용하는 '최소침습 심장 수술법(MICS)'이 늘고 있다"면서 "수술의 위험성은 1~2%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타비 등 비수술적 치료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자 등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한정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에게 심장 판막질환과 최신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심장판막의 역할은. 또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나는 증상은.
“심장에는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여닫는 네 개의 판막이 있다. 승모판(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대동맥판(좌심실과 대동맥), 삼첨판(우심방과 우심실), 폐동맥판(우심실과 폐동맥)이다. 나이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나 류머티즘성 열의 심장 침범, 선천성 질환 등에 의해 판막이 좁아져 혈액이 잘 통과하지 못하는 ‘협착증’과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피가 거꾸로 흐르는 ‘역류증’이 생길 수 있다. 판막질환이 진행되면 호흡곤란(특히 활동 시 숨참)과 피로감이 나타나고 체중 증가, 발목 부종, 가슴 답답함, 현기증 등을 겪을 수 있다.”
임 교수는 “특히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대동맥판막에 협착이 심해지면 가슴통증, 실신, 호흡곤란의 전형적인 3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수술 치료를 미루면 평균 2~3년 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판막질환의 치료법은.
“판막 성형술과 치환술이 있다. 성형술은 말 그대로 자신의 판막을 고쳐서 다시 쓰는 복원 수술이다. 찢어진 판막 부위를 꿰매거나 늘어난 판막을 잘라내고 고리를 이용해 헐거워진 부분을 조여주는 방식이다. 반면 치환술은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아예 인공판막(생체조직 혹은 기계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판막 변형이 심하거나 성형이 어려운 경우 선택한다. 가능하다면 자기의 자연 판막을 살리는 게 위험성이나 장기 생존율, 합병증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심장 수술법에 어떤 변화가 있나.
“가슴 절개를 적게 하는 최소침습 수술이 심장 판막질환 치료에도 적용되는 추세다. 전통적 개흉 수술은 환자의 가슴 정중앙을 세로로 20㎝가량, 가슴뼈를 절개해 심장에 접근했다. 하지만 이제 대동맥판막질환의 경우 가슴 중앙에 7~8㎝, 승모판막질환은 오른쪽 가슴 옆구리 부근에 4~7㎝ 정도 작은 절개창을 내고 그 틈으로 내시경과 특수 도구를 넣어 수술한다. 기존 수술법과 비교하면 흉터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입원 기간이 짧다. 사망률이나 합병증 등 수술 성적도 거의 차이 없다. 2000년대부터는 개흉이 아니라, 대퇴부 등 피부 혈관을 경유해 새 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타비)’이나 ‘경피적 승모판막접합술(마이트라클립술)’ 등의 기법이 개발돼 판막 치료에 혁신을 가져왔다.”
-최신 수술 가이드라인은 어떤 점을 강조하나.
“심장 판막질환자는 A(위험군)부터 D(증상 있는 중증)까지 단계로 분류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중증 단계(D)에 이른 환자는 수술 전 반드시 수술 위험도 지표(STS 점수 등)로 평가하도록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증상이 생기거나 좌심실 기능이 떨어지면 즉시 판막 교체술을 해야 한다. 승모판막역류증도 심한 경우 무조건 수술적 교체가 필요하다. 퇴행성 역류라면 먼저 판막 수리(성형술)를 시도한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 환자는 타비나 마이트라클립술 같은 중재 시술법, 즉 비수술적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타비 등 비수술 치료가 마치 대세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데, 이는 맞지 않는다. 타비는 근본적 치료를 기대하긴 힘들다. 고령이라도 건강하다면 근치 가능한 수술이 더 권고된다. 이 모든 결정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순환기내과, 타비 같은 중재적 시술 의사 등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장다학제팀’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환자 상태에 맞게 최신 수술 및 시술법을 적절히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임 교수는 “현장에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이런 협진 회의를 통해 환자 치료 방침을 정한다. 서로의 역할과 전문성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심장판막 수술 후 주의할 점은.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고 과도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가벼운 산책 정도의 운동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간다. 흉터 부위가 낫기 전까지 무리한 호흡 운동, 상체 스트레칭은 피한다. 기계판막을 넣은 환자는 평생 혈전예방약 복용에 신경 써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