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신정부가 해결해야 할 ‘절벽 위험’

입력 2025-06-03 00:32

마침내 신정부가 들어선다. 정책 기대감이 크지만 신정부가 직면한 대내외 경제 여건은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이 급선무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휘청이는 등 관세 충격이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내수 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대단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성장률 전망이다. 단순히 0%대 성장률 전망치가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경제가 0%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 자체가 위기 신호다. 구조적 저성장 위험, 소위 우려했던 ‘피크 코리아’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신정부는 최소한 세 가지 절벽 위험에서 벗어날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내수 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력한 재정 정책이다. 건설투자 절벽, 고용 절벽 등 내수 경기 부진이 저성장 압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건물 착공 면적은 전년 대비 30%, 시멘트 출하량은 22%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 보는 수치다. 자영업자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자영업자의 3대 창업 업종인 커피점 743개, 패스트푸드점 180개, 편의점 455개가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5월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하됐고 하반기에도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그러나 금리 정책만으로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수 부양을 위해 통화 정책뿐 아니라 강력한 재정 정책을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자칫 정책을 실기하거나 소극적 대응에 그칠 경우 일본과 같은 심각한 내수 부진의 장기화 늪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절벽 위험을 기회로 활용할 과감한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이다. 이미 AI, 로봇 등 국내 첨단산업 분야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기 어려운 국면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로봇 산업은 초기 성장 국면이어서 기회는 남아 있다. 특히 미국은 AI 등 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을 배제한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이 강점인 우리 산업은 첨단산업의 공급망 재편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반도체칩과 과학법’ 등을 통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첨단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제조업 2025 정책’에 이어 2030년까지 중국 IT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최상위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첨단산업 1, 2등 국가마저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정부 역시 공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우리 첨단산업을 새롭게 재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첨단 산업 정책 방안을 마련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인구 및 기술인재 절벽 해소다. 초고령사회 진입, 인구소멸 위기 등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많은 인구 관련 정책도 추진됐지만 가시적 성과 대신 위험은 증폭되고 있다. 인구 절벽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야를 떠나 폭넓은 정책이 요구된다. 인구 절벽과 함께 의대로만 인재가 집중되는 인재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인식 및 구조 전환에 대해서도 신정부가 깊은 고민을 담은 정책을 내놔야 한다. 사회적 통합과 더불어 신정부는 우리 경제와 사회가 직면한 각종 절벽 위험 해소를 위해 빠르고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