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절차에서 진행하는 업무교육이 사실상 직무교육이라면 교육생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단이 나왔다. 교육생을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해고했다면 부당해고란 것이다. 중노위가 부당해고 사건에서 교육생을 근로자로 인정한 건 처음이다.
A씨는 지난해 7월 1~11일 T사에서 데이터라벨링 업무교육을 받은 뒤 평가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구두로 해고됐다. A씨는 같은 해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데이터라벨링은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는 작업을 말한다.
쟁점은 A씨가 받은 업무교육이 채용 절차의 일부인지, 업무에 바로 투입하기 위한 직무교육인지 여부였다. T사는 채용 과정에서 ‘교육수료 후 입사’를 공지했고, ‘교육기간은 근로계약기간이 아니다’는 안내 확인서에 서명받았기 때문에 A씨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안내 확인서 서명을 거부하거나 교육에 불참할 수 없었고,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를 배웠으므로 일반적인 면접 과정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일 공개된 판정문을 보면 중노위는 교육기간과 내용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받은 교육은 직무교육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했으니 근로자가 맞고, 회사가 서면 통지도 하지 않은 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중노위의 판정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상충된다. 고용부는 2000년 ‘교육이 근로에 준하는 직무교육 성격을 갖고 강제성을 띠고 있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다만 ‘채용 절차상 교육 전형이 임의성(교육의 수료 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등)을 갖는다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A씨를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는 “임의성을 잘못 해석한 고용부 행정해석은 시급히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판정은 직업 교육을 빌미로 노동력을 무상 또는 염가로 활용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교육생의 노동법적 지위를 판단하는 법리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