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선 관세 인상에서는 미국산 제품 대비 가격 우위를 지켰지만 추가 관세는 대응이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대 경쟁자인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해 조기에 미국 현지 생산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US스틸 공장에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기존 25%에서 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관세 부과가 향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철강 관세가 또 오르면 가격 경쟁력 마지노선이 깨질 수 있다. 대표적인 철강 제품인 열연의 경우 지난 4~5월 미국산 가격이 t당 1000달러(약 138만원) 안팎이었다. 반면 관세 부과에도 한국산 가격은 t당 110만원 수준으로 가격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역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세 여파로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미국 내 수요 위축은 철강업계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줄었다.
최대 경쟁자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또 다른 위협 요소다. 일본제철과 국내 기업은 자동차 강판, 강관류, 도금강판, 가전용 냉연제품 등 생산 제품군이 겹친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 시 현지 인프라와 철광석, 광산 등 보유 자원을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지만 국내 철강사는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공동으로 총 8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 제철소를 짓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나 완공 예상 시점은 오는 2029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US스틸 공장이 낡았다는 점에서 인수 즉시 충분한 규모의 고급 철강재 생산이 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공장을 짓는 국내 기업과 비교해선 고관세 노출 기간이 짧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물량이 늘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가격을 낮춘 중국산 물량이 미국의 관세를 피해 다른 시장으로 몰리면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 열연과 후판은 반덤핑 제소 이슈가 있지만 그 외 품목도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
다만 관세 추가 부과가 미국 내 공급망을 무너뜨릴 파급력을 지닌 만큼 조치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제품이 외국 철강의 실질적인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율을 올리면 인플레이션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며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