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기업 60여곳, 정국 혼란 틈타 줄줄이 가격 올려

입력 2025-06-02 02:06
지난 몇 년간 정부 압박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하던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방문객이 가공식품 매대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외식기업 60개 이상이 최근 6개월간 이례적인 가격 인상 행렬에 합류했다. 가격 인상 시점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오는 3일 조기 대선 직전까지 정국 불안 국면에 집중됐다. 정치적 혼돈 시기에 ‘타이밍을 노린 기획 인상’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국민일보가 최근 6개월 동안 주요 식품·외식업체 가격 변동을 분석한 결과 60개 기업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인상률은 8.5% 안팎이었다. 가공식품과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롯데웰푸드 초콜릿 ‘크런키’는 1년 새 41.7% 급등해 가장 큰 인상 폭을 기록했다.


1년 새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올린 기업도 있다. 동서식품은 커피류 가격을 지난해 11월 8.9%, 지난달 7.7% 올려 반년 새 총 20% 가까이 인상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아이스크림 등을, 지난달엔 요플레 가격을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에 과자·아이스크림값을 올려 ‘빼빼로 2000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 물가관리 품목인 라면도 줄줄이 비싸졌다. 농심은 지난 3월 라면·스낵 17종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다. 2023년 6월 윤석열 정부 압박으로 가격을 내렸으나 1년 8개월 만에 원상 복귀했다. 오뚜기는 라면 16개 출고가를 평균 7.5%, 팔도는 비빔면 등의 가격을 4~7% 올렸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 고환율,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용 상승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설득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세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고 비용 상승 대비 가격 인상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물가 안정 압박에 대비해 선제적인 인상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잖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주요 가공식품 24개 품목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7.1% 올랐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수십 곳이 단기간에 가격을 인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K푸드의 해외 인기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주가도 상승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낮다. 불확실한 시기를 틈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