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 김모씨는 몇 년 전부터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렸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무릎이 붓는 증상도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그는 퇴행성 관절염 초기 단계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관절염 진행을 늦추기 위해 생활 습관을 바꾸고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하자고 조언했다. 김씨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관절염이 더 빨리 진행되는 건 아닐까. 미리 알고 대처할 방법은 없을까.”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와 함께 발생하는 대표적인 근골격계 질환이나 최근엔 생활 습관과 유전적 요인, 신체의 불균형한 사용으로 젊은 층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기존 진단 방식은 영상 검사로 관절 퇴행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엑스레이는 관절 간격의 감소, 골극(뼈 돌기)의 형성 등 뼈 구조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MRI는 연골 인대 연부 조직 등 관절 주변의 세밀한 변화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영상 검사는 현재 진행하는 퇴행성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질병 진행 가능성이나 최적의 치료법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밀 의학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정밀 의학은 개인의 유전 정보와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종합 분석해 질병의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공하는 접근법이다. 사람의 키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GDF5 유전자 변이가 퇴행성 관절염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또 특정 염증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동일 수준의 신체 활동을 해도 관절 손상이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유전적 정보는 기존 영상 검사로는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이오마커’ 분석도 퇴행성 관절염 조기 진단에 중요한 도구다. COMP(Cartilage Oligomeric Matrix Protein)는 연골 손상과 관련된 단백질로 혈액 내 COMP 수치가 높아지면 초기 관절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영상 검사보다 더 이른 시기에 관절염을 감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바이오마커 분석이 단독으로 영상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영상 검사와 함께 보완적으로 활용될 때 더욱 효과적인 진단과 예측이 가능하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증상 완화 방식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선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 치료가 인공관절 수술을 늦추거나 연골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기존 줄기세포 치료는 제대혈을 활용하거나 기증받은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 병원 첨단 재생의학팀은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활용한 무릎 연골 손상 치료에 대한 임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 초기 단계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하면 연골 손상을 늦추고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가 더 높다는 점을 근거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정밀의학과 영상 검사는 각자의 역할이 있으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자가 골수 줄기세포 연구는 정밀 분석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김씨처럼 관절 통증을 처음 경험하는 환자는 이제 영상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밀 의학을 활용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준 고유한 특성을 더 잘 활용하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자. 퇴행성 관절염도 미리 예방하고 맞춤형 치료로 건강한 관절을 오래 유지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삶의 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맞춤형 치료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을 열 것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