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한동안 주춤했던 중국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중국 법인 설립, 현지 업계와의 협업 소식을 알리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지피고 있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1일 “그간에도 중국 현지에서 음원 유통이나 팬사인회 등은 계속돼 왔다. 최근 중국에서 K팝 공연 개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대외 상황 변화도 예상되면서 기대감이 생긴 건 사실”이라며 “‘한한령’ 완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업계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TME)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협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해왔던 음원 유통 중심의 협력을 넘어 아이돌 그룹 공동 제작과 지적재산(IP) 사업, 현지 공연 등으로 협력 범위를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SM과 TME는 2~3년 내 데뷔를 목표로 중국 현지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과 세븐틴, 르세라핌 등이 소속된 하이브는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인 하이브 차이나를 설립했다. 하이브가 해외 법인을 설립한 것은 하이브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 하이브 라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하이브 관계자는 “하이브 차이나는 앞으로 하이브 뮤직그룹 아티스트들의 현지 활동 지원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엔터업계에 중국 자본 유입도 확대될 전망이다. 하이브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SM엔터 지분 전량을 중국 텐센트에 매각했다. 텐센트 뮤직은 카카오(21.61%), 카카오엔터(19.89%)에 이어 SM엔터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중국 시장으로 향하는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 감지된다. BTS, 엑소 등 K팝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영화 등을 만들어 온 콘텐츠 제작사 쟈니브로스는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이노베이션 드림 테크 리미티드와 AI 기반 콘텐츠 제작 및 플랫폼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 비스테이지는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과 협업에 나섰다.
엔터업계의 이같은 흐름은 ‘한한령’ 완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만큼 조심스럽긴 하지만 업계는 언제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는 분위기다.
K팝 소비 시장에서 중국 팬덤은 강력한 구매력을 보유한 핵심 소비자층을 유지해 왔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음반의 중국 수출액은 5978만9000달러(약 830억원)로 전체 음반 수출 시장의 20%를 차지했다. 올해 1~4월 음반 수출액은 1761만4000달러(약 24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