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학생 관련 초강경 조치가 잇따르면서 여름방학을 맞았음에도 고향 대신 미국 잔류를 선택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31 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립대는 여름방학 기간 학교에 머무르는 모든 외국인 학생에게 캠퍼스 내 주거 시설을 제공키로 했다. 미네소타주 매컬리스터대에서는 대학 측이 25만 달러의 기부금을 활용해 올여름 교내 숙소를 원하는 외국인 학생에게 주거 시설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키로 하자 전체 유학생의 3분의 1이 캠퍼스 숙소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남동부의 명문 듀크대와 텍사스 베일러대도 유학생들에게 방학 기간 고국으로 귀향하는 대신 미국 내에 머물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통상 방학 기간 캠퍼스에서 일하는 학생이나 방학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만 기숙사 시설을 제공해 왔다.
하버드대는 유학생들에게 이민 당국 요원이 찾아올 경우 긴급 대응 요령을 담은 빨간색 카드를 배포했다. 또 방학 기간 기숙사에 머물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신청 마감일을 연장하고 자격도 완화했다. WSJ는 “다수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이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그룹 채팅방을 통해 ‘조용히’ 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하버드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조치를 지켜본 다른 미국 대학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백악관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대학 지도자들이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의 최측근인 메이 메일먼 정책관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백악관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하느냐를 집중적으로 질의하고 있지만, 백악관 측은 “반유대주의나 시위,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변호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기를 원한다”고만 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당국자는 “말로만 약속하는 대학과는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