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 증가율 둔화의 절반가량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인구 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이 1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13~2024년 민간소비 추세 증가율은 연평균 2.0%로 직전 기간(2001~2012년) 연평균 증가율(3.6%)에 비해 1.6% 포인트 하락했다. 하락분의 절반(0.8% 포인트) 정도는 인구구조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세부적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핵심 생산 연령층(30~50대) 비중이 줄면서 소득여건이 악화해 민간 소비가 0.6% 포인트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또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노후 준비 등으로 소비성향(총소득 대비 소비로 지출되는 비율)이 줄면서 민간 소비도 0.2% 포인트 둔화시킨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소비성향이 낮은 55세~69세의 비중이 2010년 14%에서 2024년 23%로 확대되는 등 고령층 증가에 따른 소비성향 감소가 눈에 띄었다. 그 영향으로 전체 소비성향도 2010~2012년 76.5%에서 2022~2024년 70.0%로 6.5% 포인트 낮아졌다. 보고서는 또 60세 이상 가구 소비수준이 50대에 비해 약 9% 정도 감소하는 건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 등 실물 자산 보유로 유동성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양적 소비 증가의 이유였던 1인 가구 증가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소비성향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보고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하는 2025~2030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증가율 둔화 폭이 1.0% 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가계의 사회보장기여 부담 확대, 외국인 노동력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소비 둔화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구조개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참여한 박동현 조사국 구조분석팀 차장은 “추세·구조적 요인에 의한 소비 둔화는 구조개혁이 적합한 해법”이라며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자영업으로 과도하게 진입하지 않고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