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을 의미하는 ‘안미경중’에 대해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증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방위비 증액도 거듭 강조해 한국 새 정부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은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며 “이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위협은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아시아 동맹국에 국방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헤그세스는 “중국이 막대한 군사력 증강, 무력 사용 의지로 이 지역의 현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중국의 행동은 주변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긴급한 신호”라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특히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며 긴장된 시기에 우리의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국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안미경중’ 기조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헤그세스는 “(중국이) 대만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중국의 위협은 현실이며 당장이라도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하고도 국방비 지출을 덜 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의 중국 비판에 중국도 “미국이야말로 세계의 패권국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를 깨는 최대 요인”이라고 맞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대변인 입장문에서 “헤그세스는 평화를 추구하는 지역 국가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진영 대결의 냉전적 사고를 퍼뜨리면서 ‘중국 위협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이는 도발과 도전으로 가득하다”며 미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