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 기억하는 기준은 그곳서 만난 ‘사람’

입력 2025-06-03 00:09

‘환자 경험(Patient Experience)’은 단순히 병원 서비스 품질 평가를 넘어, 병원이 환자를 어떻게 환영하고 돌보는지 보여주는 총체적 지표다. 많은 의료진이 진료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환자에겐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료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기억된다.

최근 우리 병원의 환자 경험 평가에서도 이런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설문 항목에는 의사의 진료와 간호사의 응대뿐만 아니라 주차 편의성, 병원 안내의 명확성, 전화 응대의 정확성, 환경 청결 같은 일상적 요소들이 포함됐다. 실제 평가에서 진료 항목은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 외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는 환자들이 병원에 갖는 전반적인 인상이 단지 진료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젊은 엄마는 혼자 운전하며 우는 아이를 달래고 많은 짐을 꺼내느라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때 주차팀장이 밝은 미소로 “아이가 아파서 오셨나 봐요. 어머니, 짐 주세요. 엘리베이터까지 도와드릴게요”라며 안내했다. 이처럼 작은 배려 하나가 보호자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환자가 병원을 기억하는 기준은 결국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며 그들이 던진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형성된 감정적 인상이다. 물론 보호자에게 진료도 중요했겠지만 병원에 대한 좋은 기억은 주차 직원의 친절한 한마디로 더욱 선명히 남았을 것이다.

병원의 첫인상은 건물 외관이 아니라 환자를 맞는 직원들의 태도로 결정된다. 원무과 직원이 친절히 응대할수록 환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서고 이는 의사의 진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병동 간호사나 업무원이 입원 과정에서 보여주는 작은 배려 역시 병원에 대한 신뢰와 따뜻함을 심어준다.

결국 환자 경험 평가는 병원이 얼마나 일관된 따뜻함과 전문성을 유지하는지 돌아보는 기회다. 평가 점수에 매몰되지 않고 각 부서가 환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감정을 전달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병원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설 때까지의 여정을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로 만들어갈 때 진정 최고의 병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