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감산까지… “미리 쟁여두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입력 2025-06-01 18: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의 영향으로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두 달 연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전자 업체들이 관세 정책 시행 전 재고 비축에 나선 데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감산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판매량이 많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매출 증가 등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7.27% 오른 2.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4월에 22.22% 상승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2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름세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4.84% 오른 2.92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부터는 반등해 5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회사들이 대형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할 때의 가격으로, 해당 가격이 적용되는 물량은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량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고정거래가격 상승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D램과 낸드 가격 급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자 제품·반도체 관세 검토와 90일 상호관세 유예 조치 영향으로 풀이된다. PC 제조사들이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끝난 뒤 다가올 관세 부담을 피하고자 조기 생산과 재고 비축에 나서면서 메모리 시장 수요를 견인한 것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감산 정책도 가격 급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제조사들이 잇따라 구형 제품의 생산 중단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고, 마이크론도 서버용 DDR4 모듈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는 만큼 DDR4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섰다. 구형 서버나 중저가 PC, 노트북에는 여전히 DDR4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리스크와 제조사들의 감산 기조가 맞물리면서 수요 급증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