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대신 ‘손품’으로… 부동산 임장, 이제 가상현실로 한다

입력 2025-06-02 00:45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고강진 네이버페이 부동산팀 리더(왼쪽)와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부문장이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남=이한형 기자

부동산 매물을 스캔해 가상현실(VR)로 보여주는 네이버페이의 ‘부동산 VR’ 서비스가 출시 9개월 만에 1000배 이상 급성장했다. 공인중개사·집주인과 만나 약속을 잡고 집을 구경하는 대신 컴퓨터와 VR 기기로 매물을 둘러보는 ‘사이버 임장(부동산 답사)’이 보편적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네이버페이의 ‘Npay 부동산 VR 투어 서비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네이버페이에 등록된 VR 부동산 매물 수는 5만개를 돌파했다. 서비스가 처음 출시된 지난해 8월에는 등록 매물이 50건에 불과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매물이 1000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VR은 공인중개사 사업소에 매물로 등록된 아파트·빌라 등을 스캔해 VR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내부 공간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주차장·커뮤니티센터 등 단지를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VR로 등록된 매물이 일반 매물보다 거래 속도가 빠른 것을 서비스 급성장의 배경으로 꼽는다. 네이버페이 자체 집계에 따르면 VR 등록 매물의 경우 웹페이지 체류 시간이 일반 매물에 비해 40% 이상 길다. 체류 시간이 길수록 매물이 거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VR 등록 비용 대부분을 네이버페이가 부담한다는 점도 이용률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네이버페이가 공인중개사에게 청구하는 비용은 메타포트 등 해외 유사 업체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친다. 회사는 이런 비용을 적자가 아닌 투자로 보고 연간 수십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부동산 VR은 물리적 임장의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며 실제 거래 성사율을 높이고 있다. 기존에는 매도인이 매물을 공인중개사에게 등록하면 매수인이 양쪽과 일정을 잡고 직접 지역을 방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약속 시각이 어긋나거나 날씨가 궂으면 집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불편함이 있었다. VR 서비스는 화면으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할 수 있어 시간과 거리 제약이 없다.

네이버페이는 VR 서비스에 탑재된 실측 기능을 이용해 대형 가전·가구 업체와 협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부문장은 “아직 구상 단계지만, 3차원 공간에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하고 이 단계에서 바로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유저인터페이스(UI)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단계고, 이에 대비해 공간지능 기술을 통합 플랫폼화하는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는 사이버 임장을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규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고강진 네이버페이 부동산팀 리더는 “현재 5만건 수준인 매물을 올해 안에 10만건으로 대폭 확대하고, VR 구현 비용 대부분을 자체 투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주거용 부동산 VR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유명 랜드마크 건물 등 수익형 건물에도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