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50%로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상호관세에 대한 미국 법원의 위법 판결 논란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는 뜻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신조어까지 나오자 다시 강공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US스틸 공장에서 철강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철강산업을 더욱 탄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연설 때는 철강만 언급했지만 연설 후 트루스소셜에서는 철강뿐 아니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도 50%로 인상하겠다며 “이는 6월 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갑자기 이를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율 25% 상황에선 허점이 있었다며 “이 조치(50%로 인상)를 회피할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최근 극심한 불확실성에 빠진 상태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지난 28일 상호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항소했고, 연방항소법원은 항소심 심리 기간 중 일시적으로 관세 효력을 복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신조어 ‘타코’가 유행하면서 트럼프가 발끈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약속을 고수하며 그가 결국 ‘꽁무니를 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놓고 있다”면서 “그는 특히 월가에서 ‘타코’ 별명이 붙은 이후 자신이 약하다는 생각을 반박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 상대국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31일 성명에서 “EU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추가적인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조치가 7월 14일부터 자동으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철강노동조합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캐나다 산업과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한국 철강산업의 부담도 더 커질 건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