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기둥뿌리 썩어 나가는 포퓰리즘적 공약 남발된 선거
한반도 안보지형 급격한 변화 트럼프발 관세 사활걸린 문제
내일로 다가온 6·3 조기 대선 선택의 후과 100년 이어질 것
한반도 안보지형 급격한 변화 트럼프발 관세 사활걸린 문제
내일로 다가온 6·3 조기 대선 선택의 후과 100년 이어질 것
현대건설이 가덕도 신공항 공사계약 포기를 선언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현대건설이 투입 예산 기준 약 10조5000억원짜리 공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것도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약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개월간 기술 검토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표면상 이유는 정부가 요구하는 2029년 개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입지 자체가 공항으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4차례나 입찰했어도 하겠다는 건설사가 없어 현대건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떠맡은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게다가 자연 환경상 부적합함에도 정치적으로 건설된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고, 대선 후 노란봉투법 등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각종 입법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역대 정부에서 선거 때마다 부산경남 지역의 단골 공약으로 제시되다가 박근혜정부에서 프랑스 전문기업을 초청, 정밀 검토 끝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확정됐다. 그것을 문재인정부가 선거 공약으로 되살려 오늘에 이른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이니 지역 주민들은 약속을 지키라고 아우성이지만, 부산시내와의 연결 철도 등 배후 인프라 건설에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이용할 인구는 급감하는데 건설 여건도 매우 나쁜 골칫덩이 사업인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이번 대선에도 이와 유사한 포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요성도 의심될 뿐만 아니라 아무 재정 계획도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한 공약 때문에 나라의 기둥뿌리가 썩어나가는데도 말이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지지율 3% 이상 후보들에게 정책 검증을 위한 질의서를 보냈더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 재원 마련 대책은 아예 비어 있었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AI) 예산 비중 선진국 수준 이상 증액’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경제 공약의 핵심으로 제시해 놓았다. 그는 대선 토론에서 AI 시대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에 엄청난 전력 수요가 뻔히 보이는데도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니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면서 재생에너지 위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도 강풍이 부는 유럽의 자연 환경과 성숙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시했는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미래에는 몰라도 당장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소비자에게 보낼 송전선로는 통과할 지역마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원전이 위험하다면 유럽, 미국, 심지어 산유국들조차 원전 도입을 서두르는가. 재생에너지로 AI 시대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면 그동안 탈원전에 나섰던 유럽이 왜 신규 원전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가.
김문수 후보의 공약도 다를 게 없다. 제1 순위 공약으로 제시한 ‘정치 판갈이’는 그렇다 쳐도 2순위인 ‘경제 판갈이’는 구체성도, 재원 동원 방법도 없다. 청년들에게 출산하면 1억원씩 주겠다고 큰소리치고는 정작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묵묵부답이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의 마침표를 찍는 6·3 대선이 내일이다. 사전투표에서 35% 가까운 유권자들이 투표했으니 선택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대선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러·북 밀착으로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정치와 안보 지형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에 동맹만으로 정치경제적 이익을 균형 있게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모든 상품에 대해 보편적 관세가 부과되고, 특히 무역 역조가 두드러진 국가들에 대해선 징벌적 관세를 덧씌우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노동계의 재분배 요구는 급상승하고 산업안전과 에너지 정책의 혼선, 지역 이기주의, 이념과 지역 갈등에 이어 성별 및 세대 간 갈등까지 어우러져 어려움은 커져만 간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향후 5년간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정치세력을 선택하지만 그 후과는 100년을 넘을 수도 있다. 오직 현명한 선택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