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좁은 골방이지만 하늘 문 열리는 가장 넓은 방에서 기도를”

입력 2025-06-02 03:07
요나3일영성원 원장 이에스더 목사가 최근 영성원 벽면에 걸린 성화 앞에서 금식기도의 좋은 점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 도심 속 기도 요새로 통하는 요나3일영성원(원장 이에스더·원목 장덕봉 목사)은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북악산과 삼각산을 잇는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이 영성원은 서울 서초구 현대교회의 협력으로 문을 연 뒤 2000년 3월 18일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기도원 사역에 머물지 않고 언론·출판·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스더 원장은 기도를 사모하는 이들을 위해 장덕봉 목사와 함께 1998년부터 공동 저술 활동을 해왔고 그 열매들이 축적돼 최근 ‘2025 국민일보 미션어워드’ 수상의 결실로 이어졌다.

여덟 권의 책은 축복과 기적의 기록

최근 수상 소감을 듣기 위해 찾은 영성원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홍제역 2번 출구를 나와 인왕산 능선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지나 자연스럽게 공기부터 달라지는 곳에서 영성원을 만날 수 있다. 정갈하게 가꿔진 정원과 소담한 외관은 도심 속 피난처를 떠올리게 했다. 정원은 누구 소유냐고 물었더니 이 원장은 “하나님 거지요”라고 말했다. 주변 개발과 함께 만민이 기도하는 하나님의 집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층 예배실로 들어서자 강단 우측에 걸려 있는 초대형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성화 전문 화가가 직접 그렸다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밤중에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이었다. 이를 대하는 순간 모든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진다고 했다. 뒤편엔 국민일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8권의 책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원장은 “지난 25년간 요나3일영성원에서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은혜를 경험했다”며 “그동안 펴낸 여덟 권의 책은 지난 30여년간 하나님이 허락하신 축복과 기적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2층 금식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쪽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그림이 걸려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탁 트인 2층 복도를 따라 천정은 성령의 비둘기로 가득했고, 우측 벽엔 홍해 앞에서 지팡이를 잡고 손을 펼친 모세와 갈라진 바닷길을 서둘러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였다. 우리의 모든 문제가 이렇게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바로 옆에는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이 나의 연고라”며 바다에 던져지기 직전 요나 선지자의 그림이 연결돼 있다. 금세 파선될 것 같은 무서운 파도에 살짝 터치를 가하니 물고기의 눈과 입처럼 생긴 파도가 요나의 다음 순서를 연상케 했다. 또한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셨으며 사흘 만에 부활하신 모습을 재현한 그림으로 공생애를 생생하게 연출했다.

하늘의 문을 여는 기도 골방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오면 오른쪽에 책을 보거나 침묵 기도를 할 수 있는 ‘만나실’이 있다. 이곳 벽면에는 다른 그림들과 차별화된 타일 위에 새겨진 최후의 만찬 성화가 있다. 금식관 벽면은 전부 맑은 바닷속에서 채취한 산호와 게르마늄으로 이루어졌다. 인왕산의 상큼한 공기가 주입되는 데다 산호의 정화 작용으로 늘 신선함을 유지한다. 게다가 천연 대나무로 깐 금식관의 바닥은 여름철 시원함을 한층 더해주며 기도자를 위한 특급호텔급이다.

영성원을 찾는 이들은 개인기도실을 배정받아 들어가게 되는데 입구에 붙은 글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요나 기도의 골방은 세상에서 가장 좁은 방이지만 하늘 문이 열리는 가장 넓은 방입니다.” 길이 2m, 폭 80㎝의 개인기도실에서는 내가 요나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문제의 원인을 내게서 찾고 이를 통회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이 원장은 “이곳은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급속한 치료와 응답을 간청하는 비상 기도의 현장”이라면서 “모세와 요나, 에스더, 바울처럼 응급실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나3일영성원이 제공하는 정규 집회와 기도시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 다만 금식을 위해 입소하는 성도들은 외부와 완전히 소통을 끊고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상과 연결된 고리를 모두 끊어내고 하늘 보좌로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다. 매일 오후 2시 집회와 밤 9시 비상기도회, 자정 한밤의 기도회, 매주 목요일 밤 8시 목요은사집회 등 공식적인 일과에 참여하게 된다.

이 원장의 책 ‘행복한 기도대장’은 유튜브 ‘책을 읽어주는 여자 에젤’에도 소개돼 큰 관심을 끌었다. 한 성도는 이를 보고 기도회를 찾았다며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글귀가 있는데 원장님의 책을 통해 신앙생활의 큰 도전을 받게 됐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식기도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통로다. 하나님은 하루의 금식기도도 기뻐하신다”면서 “수도 서울 한복판 바닷속처럼 시원한 안식처에서 막막한 현실의 어려움을 기도로 돌파할 수 있길 축복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