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본투표일을 나흘 앞둔 30일 막판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치열한 프레이밍 대결을 펼쳤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내란 특검’ 대상으로 지목하며 이번 대선의 목적이 ‘내란 종식’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데 주력했다. 반면 김 후보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설난영 여사 비하 발언’, 이 후보 아들의 과거 ‘음란 댓글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판 흔들기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이날 JTBC 유튜브에 출연해 “(내란 종식을 위해) 특검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치인도 책임이 있으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누군가 (계엄에) 동조했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조사해서 쿠데타를 막아야 할 사람들이 계엄해제를 방해했다. 이건 엄정하게 규명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내란 특검 대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거론한 건 이번 대선 국면에선 처음이다. 그간 이 후보는 ‘내란 종식’ 구호를 앞세우면서도 정치보복 역공을 고려해 특검에 대해선 구체적 발언을 절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이 후보가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은 최근 쏟아지는 네거티브 이슈로 유권자 시선이 분산되는 걸 막는 동시에 이번 대선이 12·3 비상계엄 심판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환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진보진영 인사의 ‘설화(舌禍)’를 공세 지점으로 삼으며 진영결집에 나섰다. 김 후보는 충북 제천시 유세에서 배우자 설난영 여사에 대한 유 전 이사장 발언과 관련해 “유씨가 말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학력 같은 것으로 계급을 만들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입으로 자기 인격을 파괴하고 남을 파괴하는 것이 정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8일 한 유튜브에서 “대통령 후보 배우자 자리는 설난영씨 인생에는 갈 수 없는 자리”라며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강원 원주시 유세에서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를 인쇄한 티셔츠를 입고 연단에 오른 김 후보는 “제 아내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제가 맞나? 밖에 나가서 총각이라 하고 여배우 울리는 사람이 맞나?”고 이 후보를 저격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아들의 ‘음란 댓글’ ‘불법 도박’ 논란을 정조준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음란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진보 여성단체들은 이준석 후보에게는 조롱과 저주를 퍼붓지만 성적 혐오표현을 했던 이재명 후보 아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는 점잖은 척, 의연한 척하며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아들의 도박 자금 2억3000여만원 출처 및 증여세 포탈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현수 이동환 기자, 제천·원주=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