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침체의 늪… 석달 만에 생산·투자·소비 다 줄었다

입력 2025-05-30 19:42 수정 2025-05-30 19:44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신선대부두. 연합뉴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내수와 수출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에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줄면서 석 달 만에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 관세 영향으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관세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30일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가 113.5로 전월 대비 0.8% 떨어졌다고 밝혔다.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공공행정(-6.3%), 광공업(-0.9%), 서비스업(-0.1%), 건설업(-0.7%)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

특히 광공업 부문에서 제조업 생산이 0.9%나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품목 관세를 적용하면서 자동차 생산(-4.2%) 등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자동차는 기타 친환경 차나 특수목적용 등 완성차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3월부터 현대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서 여기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과 지난달 미국의 25% 관세 부과 영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와 투자도 모두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등에서 늘었지만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등에서 줄어 전달보다 0.1%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의복 등 준내구재(-2.0%)와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4%), 의약품 등 비내구재(-0.3%)에서 판매가 모두 내려앉아 전월 대비 0.9%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액지수는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설비 투자의 경우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4.5%)에서 투자가 줄며 전달보다 0.4% 감소했다. 건설업 생산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도 0.7% 줄었다. 이 심의관은 “4월 주요지표는 관세 영향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소비심리 회복 지연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건설업 부진 등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3∼4개월 지표 평균을 반영하는 경기종합지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는 점과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조성중 경제분석과장은 “소비·기업 심리 개선이 최근 부진했던 내수 지표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 이어지면서 수출은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