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세계 금연의 날

입력 2025-05-31 00:40

‘제발 집 안에서 흡연을 삼가 주세요.’ ‘담배 연기가 환기구와 화장실을 통해 올라옵니다.’ ‘담배 냄새 때문에 우울증이 생길 지경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내부에 붙여진 입주민들의 호소 글이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며 세대 내에서 금연해 달라는 내용도 많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잇에 적혀 있는 이런 글들이 엘리베이터 내에 붙었다 떼었다를 반복한다. 오죽했으면 그러겠느냐는 생각이 절로 난다. 수시로 만나는 한 애연가 입주민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온몸에서 담배 냄새가 지독스레 난다. 자연스레 눈이 찡그러지고, 옷으로 입을 막게 된다. 숨이 막힐 정도다. 비흡연 입주민들의 공통된 마음일 게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간접흡연은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을 뜻한다. 간접흡연 시 비흡연자는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인 주류연과 담배가 타면서 담배 끝에서 나오는 부류연을 마신다. 간접흡연으로 들어온 담배 연기에는 비소, 벤젠 등 69개 이상의 발암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암연구소의 공식 보고서에서도 간접흡연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류돼 있다. 간접흡연은 비흡연자의 조기 사망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가정 내 실내에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노출률은 2019년 4.7%에서 3년 내리 하락하다가 2023년에 다시 상승했다. 직장 실내 공간 간접흡연 노출률도 2019년 14.1%에서 2020년 10.3%, 2021년 9.2%, 2022년 6.3%로 3년 연속 하락했으나 2023년 8.0%로 반등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7만명을 넘었고, 사회경제적 비용도 13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2014년 24.2%에서 2023년 19.6%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다.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위해 강력한 금연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